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시아, 인질사태-악몽의 52시간/저항하는 인질들 총살시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시아, 인질사태-악몽의 52시간/저항하는 인질들 총살시켜

입력
2004.09.06 00:00
0 0

북오세티야의 베슬란 학교 인질극 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극도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생지옥 같았던 인질극 현장을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악몽 52시간을 재현했다.억류 순간

1일 베슬란 제1학교 운동장에서는 1,000여명이 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학식이 열렸다. 오전 10시20분 갑자기 큰 폭발음과 함께 30∼40명의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하며 순식간에 학교를 점거했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괴한 중에는 여자도 있었다. 이들은 사람들을 체육관으로 몰아 넣었다. 도망치는 이에게는 총을 마구 쏘아댔다. 괴한들은 사람들에게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바닥에 쭈그려 앉게 한 뒤 휴대폰부터 빼앗았다. 이들은 "휴대폰을 숨긴 것이 발각되면 주위의 20명을 쏘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범인들은 출입문을 뜯어낸 뒤 책상 등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치고 줄로 연결된 20여 개의 폭발물과 지뢰를 벽과 바닥에 설치하는 등 체육관을 폭탄 창고로 만들었다. 농구대에도 폭발물을 걸어놓았다.

체육관 안은 지옥

1,000명이 넘게 들어찬 체육관은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범인들은 인질들이 조금만 거슬리는 행동을 보여도 총질을 해댔다. 첫날 인질들은 약간의 물을 얻어먹을 수 있었으나 그것도 곧 중단됐다. 물론 음식물은 전혀 없었다. 배고픔과 갈증에 못 견딘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입학축하용 꽃다발을 씹어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인질범들은 저항하거나 도망치려는 인질들을 격리시킨 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살했다. 살아서 빠져 나갈 수 없다는 공포감이 체육관을 짓눌렀다.

극도의 더위와 갈증에 몸부림 치며 겉옷을 벋어 던진 아이들은 자신의 오줌을 신발에 받아 마셨다. 어떤 아이들은 심한 발작증세를 보였다. 절망감에 빠진 이들은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진압작전 순간

2차례의 폭발음과 자동화기 발사음이 진동하면서 중무장한 군인들이 학교건물로 진입했다. 안팎으로 폭발물이 터지자 체육관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귀를 찢는 듯한 총성이 체육관을 뒤 흔들었고 벽과 바닥에 설치된 폭발물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어린이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부모도 있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