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을 자주 해야 한다”, “거래처에서 돈을 받는다”, “아부하는 사람을 우대하고 출장 중에는 개인용무를 본다.”지난달 12일 충북 천안 새마을금고연수원. 농업기반공사 중간관리자 150여명이 모여 ‘어떻게 하면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나’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밤 새워 토론한 끝에 회사를 가장 빨리 망칠 수 있는 대표적 방법 8개를 찾아냈다.
토론은 다음날인 13일에도 이어졌다. 이번엔 주제가 달랐다. 8가지 망하는 방법을 회사에서 ‘추방’할 수 있는 8가지 방안을 찾아냈다. 이들이 만든 총 16가지 방안은 곧바로 최고경영자인 안종운 사장에게 보고됐다.
일반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발상 토론을 벌일 만큼 농업기반공사는 유연성을 중시한다. 이 회사만의 독특한 투명경영 보장장치에서도 이런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농업기반공사는 윤리경영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담팀을 운영중이며, 공기업으로는 드물게 부패방지팀도 별도로 설치했다. 또 임직원 청렴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지난해 8월 제정했다. 이권개입과 알선이나 청탁, 금전과 선물 등은 일체 금지하고 있다. 직무 관련자에게는 경조사 통지를 금지하고 경조금품도 5만원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회사 홈페이지에 부조리신고센터(www.karico.co.kr)를 설치해 비리 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조직내부의 비리를 고발할 경우 최고 1,000만원까지 지급하는 ‘내부공익신고자 보호 및 보상지침’을 제정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비리 가능성이 있는 계약업무에는 ‘청렴계약제’를 도입했고 계약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1,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무조건 전자입찰을 실시하도록 하는 전자공개 계약제도를 5월부터 운영 중이다.
농업기반공사의 투명경영 행보는 안 사장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농림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2월 취임한 안 사장은 “한 건의 부패도 용납돼서는 안되며, 윤리경영을 모든 경영의 출발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최근 2,000여개의 거래업체에 공사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지 말 것, 공사직원의 금품 요구시 사장에게 직접 신고할 것 등이 담긴 친서를 일일이 발송하기도 했다.
이우만 홍보실장은 “최고경영자의 실천의지에 따라 앞으로도 윤리경영의 강도를 계속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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