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규명의 주요 축인 친일진상규명을 놓고 여야의 대립각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친일진상규명법안의 발효 시점인 23일 이전에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우리당의 움직임에 한나라당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여당은 한나라당이 법안 개정에 반대할 경우 과반여당의 힘을 앞세워 강행처리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우리당 지도부는 "시행도 해보지 않은 법을 무슨 개정이냐"며 비판하는 한나라당을 향해 "친일을 비호하느냐"며 파상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5일 "일부 떳떳하지 못한 사람을 빼고는 과거사 규명, 특히 친일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친일진상규명을 저지하고 반대한다면 민족사의 준엄한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8일 개정안을 국회 행자위에 상정한 뒤 23일 이전에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로드맵까지 마련했다.
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속이 타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우리당이 여야간 협상하는 시늉만 한 뒤 단독개정안을 밀어붙일 경우 난감하다. 찬성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몸으로 막기엔 여론의 역풍이 부담스럽다. 임태희 대변인은 "여당이 친일진상규명법을 시행해보기도 전에 개정안을 만들려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한나라당의 반대를 부추겨 친일이미지를 덧씌우려 한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이 당초 개정안 반대라는 소극적 입장에서 독자적인 개정안 마련 등 적극적으로 돌아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친일진상방법론 자체를 놓고 국회에서 한바탕 논쟁을 벌여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공성진 제1정조위원장은 "친일대상을 행위가 아닌 계급 등 지위로 획일화하려는 여당의 개정안은 인권침해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정치적 의도 없이 제대로 된 친일청산을 하도록 개정안을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검토중인 개정안을 보면 친일조사대상은 신분이나 지위가 아닌 구체적인 행위가 기준이다. 마구잡이식 조사를 막기위한 증거주의에 입각한 조사를 원칙으로 하되 정치적 이용을 막기위해 조사종료이전 공표는 금지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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