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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新 지역감정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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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新 지역감정을 경계한다

입력
200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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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가 지역감정이었다. 온 국민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로 나뉘어 특정 지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편 네 편 가르고, 한 쪽 지역 사람들은 권력을 잡은 뒤 똘똘 뭉쳐 자기들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이에 대해 다른 지역 사람들은 그 지역 사람들 때문에 손해를 보고 부당하게 배제되고 있다고 느꼈다.경상도 출신이 대통령일 때는 전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고, 전라도 출신이 대통령일 때는 경상도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인들의 정략적 필요에 의해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고 부추겨졌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치른 정신적ㆍ물질적 대가는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그 뿌리 깊던 지역감정의 골이 해소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정치생명을 걸고 도전했던 것이 바로 지역감정 해소였고,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통합을 염원하는 다수 국민의 염원이 노무현 정부 탄생의 배경일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국정의 최고 과제로 설정하고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도 이전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도 모두 지역감정 해소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서 지역 간 감정이 해소되는가 싶더니 이젠 더 고약한 새로운 지역감정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인 것은 바로 현 정부가 국민통합과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지역 균형 발전과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역감정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 새로운 지역감정은 계층 갈등과 겹쳐 있어 과거 동서 지역감정보다 정도와 위험성이 더 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고, 수도권에서는 다시 강남, 강북을 구분해서 수도권 때문에 비수도권이 손해를 보고 있고, 강남 때문에 강북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아무 거리낌 없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 강남에 사는 사람, 돈 많은 사람, 좋은 학교 나오고 출세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과 구분되어 편견과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도권 사람들은 기득권층이고, 그 중에서도 강남 사는 사람들은 부유층인데 이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해서 우리나라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매도하기까지 한다.

과거 경상도 대통령 때문에 전라도 사람들이 손해를 봤고, 전라도 대통령 때문에 경상도 사람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주장이다. 지역감정 해소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식의 새로운 계층갈등과 지역감정의 씨가 잉태되고 있는 것은 불행이다.

과거 동서 지역감정이 정치권의 정략적 필요에 의해 유지된 것처럼, 지금의 수도권, 비수도권 지역감정과 빈부계층 갈등도 일부 세력에 의해 정략적으로 방임되고 부추겨지고 있다. 과거에 동서 지역감정이 깊었을 때는 지도층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언행을 하면 즉각 시민단체와 언론매체가 이를 비판이라도 했고 지금도 선거법에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일부 언론매체와 시민단체들이 새로운 지역감정과 계층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친일ㆍ반일, 용공ㆍ반공, 민주ㆍ반민주, 보수ㆍ진보 갈등에 과거사 문제까지 겹쳐져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과거 지역감정에 대해 망국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었지만 지금 새로 나타나고 있는 지역감정과 계층갈등, 이념대립, 국론분열은 훨씬 더 망국적이고 파괴적이다.정략적으로 이런 감정과 갈등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과 정치권이 나서서 지금 잉태되고 있는 새로운 지역감정과 국민갈등이 정말 망국적 국민 분열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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