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참극으로 막을 내린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소도시 베슬란에서 일어난 초등학교 인질테러사건은 지구촌을 경악과 비통에 빠뜨렸다. 초등학생과 부녀자 등 1,500여명을 인질로 한 테러는 52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어린이 155명을 포함한 330여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부상하는 등 최악의 참사를 빚었다. 실종자가 260여명에 이른다니 사망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 없다. 뉴스를 통해 전해진 참혹한 현장은 지구촌 전체를 분노와 오열에 휩싸이게 했다.진압작전이 진행되는 순간 피투성이 알몸으로 구출되는 어린 학생들과 부녀자들의 모습은 인질범들이 저지른 만행을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곳곳에 설치된 폭약과 미친 총구 앞에서 인간방패막이로 내몰린 인질들은 3일 동안 찜통더위의 체육관에 갇혀 있으면서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다고 한다. 더위와 갈증을 못 이겨 옷을 벗고 소변을 받아 마셔야 하는 극한상황은 바로 생지옥이었을 것이다.
이번 인질사건은 체첸의 분리독립문제를 국제사회에 환기시키려는 체첸반군 과격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어떤 목적과 명분이든 인질범들의 비겁하고 무자비한 만행은 용서할 수 없다. 우발적 진압작전으로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러시아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응이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은 인간의 생명이 정치논리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다.
9ㆍ11테러 3주년을 며칠 앞둔 시기에 발생한 인질테러 참극은 테러가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테러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더 많은 테러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모든 형태의 테러 종식을 촉구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절규는 지구촌의 소망이다. 테러는 또 다른 형태의 테러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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