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盧대통령 "국보법 없애야"/대법원·검찰 "당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盧대통령 "국보법 없애야"/대법원·검찰 "당혹"

입력
2004.09.06 00:00
0 0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발언에 대해 법조계는 의외라는 반응 속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최고 통치자가 개폐논란을 직접 정리, 혼란을 최소화시켰다"며 환영했다. 국보법 개정론에 서 있던 법무부와 검찰, 국보법 존치론에 무게를 실었던 대법원은 당혹해 했다.월권 논란까지 빚어가며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사법기관은 다소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국보법 독소조항을 합헌결정하고, 국회가 이를 존중할 것을 주문한 헌재는 "입장은 충분히 밝힌 바 있다"며 코멘트 하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오로지 결정문으로 말할 뿐이며, 그 이후 새로운 상황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현재 "표명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나, 일선 판사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삼기도 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보법을 법리적으로만 따질 게 아니다'고 한 발언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이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소신대로 하겠다는 것이니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면서 "현 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대통령이 이 체제를 유지해 온 법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대통령 발언이 국가인권위의 폐지권고와 달리 행정적 구속력을 지니는 만큼 입장 표명은 자제하면서 발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 말씀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장관이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건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여운을 남겼다.

김승규 장관은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모든 나라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방어하는 법적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완곡하게 국보법 폐지에 반대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도 시대 변화에 따라야겠지만,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으로 대체하는 일은 개별사건 처리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지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민변 등은 "국보법을 일부 개정해도 인권유린, 평화통일 노력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대통령의 폐지 발언을 크게 반겼다. 김선수 변호사는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이 있다면 국보법 폐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며, 따라서 대통령의 입장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반발이 없지 않겠지만 이는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盧대통령, MBC TV 대담 "국보법" 발언

국보법이 위헌인지는 해석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위헌이든 아니든 악법은 악법이다. 자꾸 법리적으로 얘기할 게 아니라 지난날 국가보안법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어떤 기능을 했는가를 봐야 한다. 국가를 위태롭게 한 사람들을 처벌한 게 아니라,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주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여 왔다. 이것은 한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고 독재시대에 있던 낡은 유물이다.

우리가 국민주권시대, 인권존중의 시대로 간다면 그 낡은 유물을 폐기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칼집에 넣어 다시 박물관에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법리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 일반형법이 있다.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항 있으면 고쳐서라도 형법으로 하고 국가보안법은 없애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이제 드디어 문명의 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다.

■北, 국보법 폐지 - 남북대화 연계 시사

북한측이 남측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면서 이를 남북대화의 재개와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북 민간교류의 북측 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4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 재개를 바라고 통일에 관심이 있다면 시기타령이나 하면서 앉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가로 막는 보안법을 철폐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변인은 "북남관계가 흐리게 된 것도 결국은 대화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인정하지 않고, 한 핏줄을 나눈 동족을 적으로 규정한 보안법 때문"이라면서 "보안법을 철폐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전도를 좌우하는 관건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보안법 철폐를 반대해 온 사람은 앞으로 누구를 막론하고 공화국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으며 우리와 상종할 체면도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국보법 철폐는 북측의 일관된 요구였고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면서 "비상설기구인 민화협이 남북대화 재개를 함께 언급한 것은 선전공세 차원에 불과한 것으로 크게 유념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