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정보분석관 래리 프랭클린의 ‘이스라엘 간첩’사건 수사가 공화당과 민주당,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그 반대 세력 간의 치열한 물밑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다.미 연방수사국(FBI)은 칼 끝을 국방부의 유태계 네오콘인 폴 월포위츠 부장관, 더글라스 페이스 차관에게 돌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 FBI가 관리들을 조사하면서 국방 관련 네오콘의 친 이스라엘 행적을 캐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프랭클린의 직속 상관들이어서 사건이 처음 폭로된 지난달 27일부터 직접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꾸준하게 나돌았지만 공화당과 네오콘은 민주당의 음모가 숨어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페이스 차관의 한 측근은 “국방부 내 매파를 흠집내기 위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한 인사는 이스라엘의 일간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이 공화당 전당대회 시작 전날 폭로된 점 등을 들어 “FBI 내 민주당 인사들이 전당 대회를 망치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반대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측에서 수사를 방해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이 보도 직후 악명 높은 우익 폴 맥너티 검사를 담당 검사로 임명했고, 맥너티 검사는 FBI가 프랭클린을 체포하려 하자 “도대체 무슨 증거로 체포하느냐”며 막았다는 것. 하원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존 코니어스 의원은 애쉬크로프트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정치적으로 편향된 맥너티 검사를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워싱턴타임스는 4일 “언론 보도 뒤 이스라엘인들을 감시하던 요원들이 되려 감시를 받는 악몽이 벌어지고 있다”며 수사가 지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3일 전현직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 이스라엘이 거대하고 공격적이며 지속적인 미국 내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프랭클린은 FBI가 몇 년 전부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인 나오르 길론을 감시하다 걸려든 사건 일 뿐”이라며 “이스라엘의 대미 첩보 중단 주장은 웃기는 소리”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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