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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운동은 왕자병"/선배 노동운동가들 비판·변화 요구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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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운동은 왕자병"/선배 노동운동가들 비판·변화 요구 잇달아

입력
200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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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운동은 '왕자병 환자'로 여겨지고 있다."최근 거물급 노동운동가들이 현재의 노동운동에 대해 잇따라 신랄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규직 위주의 임단협 투쟁'에 매몰된 노동운동에 대해 근본적 변화를 요구, 노동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구로노동상담소 소장, 전태일 노동자료연구실 대표 등을 지낸 노동운동가 박승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수석연구원은 '당대비평' 가을호에 기고한 '한국노동운동 종말인가, 재생인가'라는 글에서 "가진 소수의 비도덕성을 질타하며 일어섰던 민주노동운동이 '또 다른 가진 소수의 운동'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노동운동은 왕자병 환자로 치부되면서 어떠한 사회세력의 지원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갇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노동운동 방식과 관련,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를 기조로 한 한국의 노동운동은 오로지 노동계급의 폭력적 총파업을 통해 자본주의 공격과 해체를 꾀한 생디칼리슴과 다를 게 없다"며 "해마다 춘투와 하투로 파업을 남발하는 것은 최악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운동은 물론, 시민·사회운동 모두 폭력행동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전태일의 여동생인 참여성노동복지터 전순옥 소장도 최근 한 인터넷 신문과의 대담에서 "영국의 노조가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 등 주변부 노동자들의 권익을 등한시하면서 결국 대중으로부터 소외됐다"며 "우리나라의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조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 소장은 "우리 노동운동에는 보기에도 민망한 계파싸움이 있는데, 계파마다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는 자기 조직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다 보니 조합원과 지도부의 괴리감이 커지고 예전에 없던 지도부 불신임도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권혜자 전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월간 '노동사회' 9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계가 공무원 노동 3권 등 노사관계 이슈에 주력할 경우 결국 집단이기주의로 몰려 사회적 위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슷한 목소리는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지난달 '진보정치'에 실린 기고문에서 "각 노조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귀족민주노총'이라고 질타하는 글이 많이 실려 있다"며 "민주노총이 내세운 비정규직 차별철폐나 연대임금정책 등 사회운동적 이슈가 보다 철저히 조합원과 투쟁에 각인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동계의 자성에 대해 이정식(노사관계학)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취임 이후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으나 이것이 실천되지 않자 실망감이 표출된 것"이라며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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