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최근 언론의 정책 취재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정책 발표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만들어 각 부처 공보관실 등에 보낸 데 대해 3일 언론학자들뿐 아니라 상당수 공무원들까지 문제점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총리실의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3일 '정부 정책이 확정된 후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국민에 대한 홍보 및 여론 수렴 등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책 확정 이전에도 중간 브리핑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3쪽 분량의 정책 발표 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은 7월 말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처간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정책이 보도되는 문제와 관련해 개선 방안을 추진하라"고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차원에서 마련됐다. 지침에는 또 '국가안전보장 및 국민생활과 관련된 주요 정책의 경우 발표 내용 및 시기를 사전에 청와대, 국무조정실, 국정홍보처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침은 특히 정책 발표의 장소·주체·대상·시점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한 뒤 이행 실태를 점검해 정부 업무역량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혀 각 부처·기관이 이를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언론학자들은 "정책 발표 지침은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확정되지 않은 정책도 정부가 아닌 언론과 국민의 판단에 의해 공개돼 여론을 수렴하는 피드백 절차를 밟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이재경 교수는 "정부가 정책 발표의 시점과 방법을 결정하는 지침이 적용될 경우 현실적으로 공무원들이 정책 취재에 잘 응하지 않게 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면서 "정책 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정부 주도로 이뤄질 경우 정책 과오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실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 보도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민 혼란과 정책 혼선이라는 잘못된 비판을 막기 위한 지침일 뿐"이라면서 "정책 확정 전에도 여론 수렴이 필요한 사안을 발표할 수 있기 때문에 취재 제한 조치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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