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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核회담 악영향 줄라"/'우라늄235 0.2g 분리' 파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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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核회담 악영향 줄라"/'우라늄235 0.2g 분리' 파장 촉각

입력
200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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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까지 원자력연구소와 우리정부를 상대로 한 우라늄 농축 사찰에서 안전조치협정 위반여부를 집중조사한다. 이를 토대로 IAEA가 협정위반을 결정하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돼 우리나라는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과학자들의 실험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협정을 위반한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인했다.IAEA는 우선 농축실험의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의 의도가 한치라도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는 발을 뺄 수 없다. 그러나 정부 설명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천연우라늄에서 의료용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실험을 하는 도중 ‘과학자의 지적 호기심’으로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U)235를 분리했다.

농축우라늄의 분량도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5~6㎏에 태부족인 0.2g에 불과하며 농도 또한 핵무기급인 90%에 못미치는 10%안팎이라고 원자력연구소측은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 2월 비준한 IAEA 안전조치협정의 추가의정서가 핵 연구시설까지 신고대상으로 포함시킴에 따라 원자력연구소의 과거실험 경력을 신고했으며 이를 토대로 사찰이 진행되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험이 실시되던 2000년의 기존협정에는 핵연구시설이 보고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보고의무가 없었으며 추가의정서 비준과 함께 이번에 최초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농축실험 사실을 인지해 충실히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협정에도 ‘핵물질을 포함하는 활동은 신고대상’이라는 규정이 있어 IAE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핵개발 등) 의미있는 핵물질이 수반되지 않은 실험으로 문제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리어 이 문제가 국제정치적으로 비화하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일회성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이 9월로 예정된 북핵회담으로 불똥이 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IAEA규정은 문제가 없으나 핵물질의 농축ㆍ재처리를 않겠다고 약속한 비핵화공동선언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영국 BBC에서 우라늄 농축사실을 보도하자 즉각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외신기자단을 상대로도 별도의 설명회를 가진 것은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 우라늄 농축

자연상태에서 우라늄은 원자량에 따라 우라늄235, 우라늄238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이 중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발생, 핵무기의 연료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우라늄235다. 천연 상태에서 0.7%밖에 되지 않는 이 우라늄 동위원소의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여 핵연료로 쓰일 수 있게 하는 것을 우라늄 농축이라 한다.

우라늄235의 비율이 3~5% 정도로 증가하면 원전의 연료로, 90% 이상이면 핵무기 재료로 쓰일 수 있다. 이번 사찰대상이 된 실험에서 농축 비율은 약 10%였다.

■ 해외 반응/美 "우려 사안 아니나 해선 안될 일"

한국 과학자들의 우라늄 농축 실험은 세계 여론의 날을 서게 했다.

미국 등 우방국 정부들은 공식적으로는 “핵무기 확보를 위한 의도적 실험이 아니었다”는 한국 정부의 해명을 수용했으나 이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진의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해외 언론들의 보도태도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읽혀졌다. 특히 북한 핵 문제에 미칠 악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반응은 신중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자진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은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말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뒤흔드는 사례는 아니다”는 잠정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실이라면 유감”이라고 지적했지만 “한국측의 설명이나 IAEA의 논의로 어느 정도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성 장관은 “한국 정부와 IAEA가 협의해 적절히 대응할 것을 바라고 있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미 일 정부의 신중한 자세와는 달리 언론들은 비판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실험에서 추출된 농축 우라늄은 무기급 우라늄이라고 전하며 “이번 실험은 남한이 북한의 핵무기에 맞설 비밀 프로그램을 추진했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공개로 북한 핵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며 한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또 레이저 방식의 농축 실험이 은폐하기 쉬운 방식이라는 점, 실험을 강행한 과학자들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관에 속한다는 점 등을 의혹거리로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3일 아사히(朝日)신문 1면 톱, 요미우리(讀賣)신문 1면 중간 톱으로 다루는 등 큰 관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은 ‘핵의혹, 설마 한국에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 정부는 소수의 연구자가 독단으로 실험했다고 해명했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정 위반 혐의가 짙어 납득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핵 비확산을 지상과제로 삼는 미국이 불신감을 키울 것”이라며 “한국이 IAEA 사찰에서 사실이 발각되기 전에 공표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언론들도 비판적이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은 한국 정부의 승인 하에 실험이 진행됐을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 이란 핵 실험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 원자력硏 장인순소장/"당초 핵연료 국산화 목적 실험"

-당시 실험의 주목적은 무엇이었는가

“핵연료 국산화에 주력하던 당시의 실험 목적은 천연 우라늄에 섞여 있는 가돌리늄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이 물질은 핵반응의 속도를 낮춰 원자력 발전소를 제어하는데 유용하다. 가돌리늄 농축에 관한 연구는 프랑스에서 많이 진행됐는데 그 쪽 연구팀은 비슷한 시기에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 장치를 없앴다. 실험을 해보니 실제로 원전에서 사용하기에는 경제성에 문제가 있어 우리도 연구를 중단했다.”

-우라늄은 왜 추출했나

“당시 연구팀은 가돌리늄을 추출하기 위한 천연 우라늄을 갖고 있었다. 장치를 없애기 전, 연구자들이 이 장치에서 우라늄 동위원소도 분리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순수한 과학적 목적으로 실험을 했다. 당시 농축된 우라늄은 0.2g 정도로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소량이었다.원자폭탄을 제조하려면 농도 90% 이상의 우라늄 수십㎏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우라늄 동위원소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 실험을 중단했으며 장치도 없앴다.우라늄 농축 실험은 당시 연구의 주목적(국산 핵연료 개발)이 아니었고 추출량도 극히 적었다. 올해 2월 19일 비준된 IAEA 추가 의정서가 연구 결과까지 보고하도록 돼 있어 극소량이지만 신고하기로 결정한 것일 뿐 숨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IAEA측은 무엇을 사찰했으며 반응은 어땠나

“IAEA 전문가 7명이 연구소를 찾아 당시 연구 문건과 폐기된 장치가 보관돼 있는 창고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사찰 결과가 연구소 및 과학기술부 보고서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예정보다 하루 이른 3일, 사찰을 마무리하고 돌아갔다. ‘우라늄 농축’이라는 말이 세계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단어인데다 남북의 특수한 상황과 북핵 문제 등이 이번에 외신 기자들의 관심을 가중시킨 것 같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레이저 이용 추출장치'- 고농축 쉬운 최신 기술

원자력 연구소가 사용한 동위원소 레이저 분리, 또는 우라늄 레이저 농축은 레이저를 이용해 우라늄에서 필요한 물질을 추출해내는 방법이다. 기체화된 우라늄에 강력한 레이저를 쪼여 우라늄 원자를 이온화 한 후 자석으로 둘러싼 공간을 통과시키면 무게에 따라 휘는 정도가 다른 우라늄이 우라늄235와 우라늄238로 분리된다.

레이저 농축법은 한두 번만 반복하면 농도가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전력 소비가 많지 않고 장비 크기도 작아 실험실 수준의 공간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테러집단 등에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고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생산하기는 어려워 상용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2002년에는 북한이 이 기술을 사용, 우라늄을 농축한다는 의혹이 일어 한 차례 파문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우라늄 농축 기술은 '가스 원심 분리법'으로 금속 우라늄에 고열을 가해 가스로 만든 뒤 직경 7.5~40㎝ 크기의 원통에 넣은 후 고속으로 회전시켜 우라늄235와 238을 분리해내는 것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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