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법원의 의견표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서울중앙지법 K부장판사) “대법원 스스로 3권 분립의 원칙을 어겼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2일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국가보안법 개폐론에 대해 강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선 후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법조계 내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재판을 통해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해야 할 대법원이 논쟁의 마당에 직접 뛰어들어 갈등을 증폭시킨 꼴이다.
이 같은 찬반 논란에서 항상 드러나는 것은 객관성의 결여다. 보수 쪽이 대법원의 과도한 의견 개진을 무조건 감싸는 것이나, 진보 쪽이 대법원 판결의 이례성만을 부각시켜 내용을 폄하하려는 것이 모두 그렇다. 국보법의 존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국회는 대법원의 주장을 하나의 의견으로서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장의 내용과 상관 없이 대법원이 굳이 그런 식으로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과거 법률 개폐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입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입장 표명을 꺼려왔다. 그런 법원이 스스로 중립성을 깨고 정치논쟁에 끼어든 셈이다. 최근 고위 법관들이 퇴임하면서 법원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압력을 우려했는데, 이제 더 이상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판결 내용 중 “북한 동조세력이 늘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현실인식은 “대법관들이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대법원은 국보법의 존치를 말하기에 앞서 국보법과 관련한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회1부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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