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국보법 존치 의견, 대법원의 월권일까
알림

[사설] 국보법 존치 의견, 대법원의 월권일까

입력
2004.09.04 00:00
0 0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위반사건 판결에서 법 폐지반대를 피력한 것이 거친 논란을 불렀다. 이 법 개폐를 둘러싼 갈등이 한껏 고조된 상황인 만큼, 헌법재판소에 이은 대법원의 의견 표명이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보법 개폐가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판결 비판을 넘어 대법원을 수구적 청산 대상으로까지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 헌법적 이상을 앞세우면서 헌법 질서를 무시한 비방을 서슴지않는 양상을 우려하는 것이다.반국가단체 찬양고무혐의로 기소된 한총련 대의원들의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그 자체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지금껏 일관되게현행 국보법의 합헌성을 토대로 판결해 왔다.헌재가 관련조항을 합헌이라고 거듭 선언한 마당에, 달리 판결했다면 오히려 센세이션을 불렀을 것이다.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기에 비판론도 판결 자체보다 국보법 존치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대법원이 법률해석을 넘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은 스스로 법리와 상식을 무시한 것이다.국보법 논의가 귀착하는 헌법부터 정치적 규범이고, 분단현실에서 나온 국보법 또한 정치적인 법률이다. 국보법 사건에서 체제와 이념 등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이 본분을 벗어난다는 전제부터 틀렸다.

이런 맥락에서 법 폐지반대가 입법기능을 침해하거나 3권분립을 어겼다는비난은 억지다. 사법적극주의 등 헌법학 이론을 논하지 않더라도, 법원이관련법의 존재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하물며 사회적 갈등이 심한 국보법에 대한 의견피력은 최고법원의 책무로볼 수 있다. 거꾸로 국보법 폐지의견을 낸다면, 그것도 월권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친북세력이 늘고 있고 통일전선 형성이 우려된다고 밝힌 대목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 아직은 국보법의 규범력이 필요하다는 논지는 국민다수의 여론과 동떨어지지 않는다.이를 수구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다수 여론을 매도하는 꼴이다. 대법원이 체제와 이념 문제에서 보수적인 것을 무작정 탓하는 것은 그 존재의의와 고유한 특성을 부인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정치사회 집단 모두에 시급한 과제는 대법원 판결을 마냥 논란하는 것이 아니라 국보법 개폐를 이성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인권수호의 헌법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법을 없애거나 고치자면서, 헌법질서를 떠받치는 헌재와 대법원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미 오래 전 지나간 권위주의시대 행적까지 들먹이며 ‘사법부의 총공세’ 따위로 비난하는 행태는 과연 국보법을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개폐할 뜻이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정치세력뿐 아니라 언론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