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베슬란 초등학교에서 체첸 반군 소속 무장괴한들이 수백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억류해 벌이던 인질극이 3일 오후(현지 시각) 러시아 특수부대의 전격적인 진압 작전으로 52시간 만에 종결됐다.이타르타스 등 러시아 언론들은 진압작전 후 현장에서 최소 100명 이상이 숨지는 등 유혈참극으로 인질극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ITV의 카메라 기자는 "인질극 현장인 학교 체육관 안에서 인질 100명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희생자들은 진압작전 개시 직후 학교 천장이 무너지면서 압사했거나, 인질범들이 터뜨린 부비트랩이나 폭발물 벨트를 두르고 있던 여성 대원들의 자폭 등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진압과정에서 인질 500여명(어린이 180명)이 사상했으며, 인질범 5명도 사살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40여분 만에 인질극 현장을 장악했고, 도주하려는 인질범들과 총격전을 벌인 뒤 2시간 만에 사실상 작전을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13명의 인질범이 민간인 복장을 하고 탈출했으며 이들에 대한 추격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북오세티야 정부는 학교 구내에 방치된 시신들을 수습하기 위해 러시아군 특수부대원들이 학교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탈출하기 시작했으며 인질범들이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진압작전이 개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격전과 동시에 올린 폭발음이 러시아군의 진입로 확보를 위한 폭파였다는 점 등을 들어 러시아군이 선제적으로 기습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작전 개시 직후 어린 학생들이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학교에서 빠져나왔으며 일부 학부모들이 피를 흘리는 어린이들을 품에 안고 현장을 탈출하기도 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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