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시인들이 ‘바람’이 드나 보다. 허수아비의 건들거림도 춤이 되고 목석의 울음도 시가 되고 노래가 되니, 가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시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질 행사가 유난히 많다.우선 4일 현대시학과 현대시학회가 34회 ‘가을 시제(詩祭)’를 류기봉 시인의 경기 남양주 포도원에서 연다. 시인 박종국 노명순 최창균 송승환의 시 낭송으로 시작하지만, 본마당은 그 다음부터라고 봐도 되겠다. 포도주와 막걸리를 동이째 나오고 시단의 ‘가수’로 통하는 김형술 시인이 한국가요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본인의 기타 반주로 풀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피날레는 퇴계원 산대놀이패의 사물놀이 장단을 탄 정진규 시인의 ‘먹춤’ 공연. 그가 99년 창안한 먹춤은 ‘얼쑤 얼쑤~’ 국악 장단에 실은 춤사위 틈틈이 붓으로 시를 적어 나가는 춤인데, 먹물동이와 폭 30m의 흰 천을 준비해 정 시인이 첫 수를 짓고 참석 시인들이 돌아가며 화답을 잇는 방식으로 장시 한편을 마무리 지을 참이다.
10일에는 한국현대문학관과 동서문학사가 올해 이육사ㆍ이태준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매년 해오던 세미나를 음악회와 아울러 연다.
서울 한국현대문학관에서 마련될 행사에서는 김희곤(안동대), 강진호(성신여대) 교수가 두 거장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시인 문정희가 이육사의 시(‘청포도’ 등)를, 소설가 이원섭이 이태준의 단편소설(‘패강냉’) 일부를 낭독한다. 2부에서는 홍찬순 아스트라꼬레아 오페라단 대표와 김영률(서울대 음대)교수가 가곡과 연주를 선사한다.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도 ‘문학과 지성의 대향연’을 16,17일 연다. 첫날에는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강연을 하고, 둘째 날에는 나희덕 정일근 시인과 이 대학 교수이기도 한 이사라 최서림 시인이 시를 낭송한다. 시 노래 모임 ‘나팔꽃’ 맴버인 자전거 탄 풍경과 동물원 백창우 굴렁쇠 아이들이 초대됐고, 연극배우 윤석화도 나와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삽입된 노래를 부른다.
/최윤필기자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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