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매듭이론이 있다. 3차원 공간 안에 다른 공간이 들어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론으로 20세기 수학자들의 큰 관심분야로 자리잡았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난해한 수학의 개념이나 원리를 모르고도 끈을 활용해 우리생활문화를 화려하게 꾸몄다. 남녀노소는 물론, 왕부터 천민들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됐던 장신구가 바로 전통 매듭의 산물이다.‘손의 언어이자 마음의 꽃’으로 불리는 전통매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더듬어보는 ‘한국전통매듭-균형과 질서의 미학’가 7일~10월10일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5년 10월 용산 이전을 앞두고 세종로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마지막 전시로, 서울세계박물관대회(10월2~8일)에 맞춰 기획한 것이다.
전시유물은 매듭장(국가지정 무형문화재 22호)인 김희진(70)씨가 평생 수집하고, 만들어 기증한 작품과 각 분야의 전통매듭 등 200여점. 김씨는 1963년부터 매듭장 정연수씨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후 40년 넘게 매듭을 잇고, 발전시켜온 주인공.
그는 40년 넘게 모은 유물과 자료는 물론, 만들어 놓고 아까워 팔지 않고모아두었던 430점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60년대 한국일보에 연재되던 ‘인간문화재’ 시리즈를 보고 매듭과 인연을 맺은 김씨는 전국의 매듭 기술자들을 찾아 다니고, 직접 자료를 발굴해 38가지 우리고유의 매듭 문양을 복원해내기도 했다.
그의 매듭인생을 결산하는 성격을 지닌 이번 전시에서는 초대형 설치작품‘시너지’도 선보인다. 2.35m의 나무에 다양한 매듭작품을 걸어 놓은 작품으로 평면적인 전통매듭에 입체감을 부여해 새로운 매듭예술을 모색한 것이다. 더욱이 매듭들에 쓰인 끈은 그가 40여년 동안 쓰고 남은 것들을 모아 만들어 뜻 깊다.
김씨의 현대적인 매듭과 함께 조선시대의 힘차고 입체적인 작품도 선보인다. 궁중에서 지정한 매듭장과 다회장(多繪匠ㆍ끈 짜기 장인)이 1,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융성했던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매듭들이 나온다.
왕가의 상여 네 모서리를 장식한 봉황 조각에 걸었던 대봉유소(大鳳流蘇)를 비롯, 절에서 쓰이는 가마에 매달았던 의장용구, 조선시대 남성용 장신구, 국악기와 검에 달았던 매듭 등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도 많다.
전시기획자인 김영원 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장식적이면서 실용적인 생활 미술품으로서 전통 매듭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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