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세계화하려면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조화시켜야 합니다. 김치는 일반 서양음식 보다 맛과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만큼좀 더 부드럽고 순하게 접근해야죠.”2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김치요리 개발 및 홍보 협정을 체결한 프랑스 요리 아카데미 ‘르 꼬르동 블루’의 앙드레 쿠앵트로(56) 회장은 이번 협정을 계기로 김치를 이용한 퓨전요리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김치 원재료를 제공하고 르 꼬르동 블루는 한국과 일본, 프랑스 조리사들과 함께 서양인의 입맛에도 맞는 김치요리 20여종을 개발하게 된다.
1984년 르 꼬르동 블루를 인수, 세계적인 요리학교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공헌한 그는 “케첩처럼 김치는 맛이 진해 그 자체로 먹기엔 불편하지만 다른 요리에 추가되는 성분으로서는 훌륭한 식품이 된다”며 ‘일례로 수프에 김치를 넣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 자신도 처음 김치를 맛 봤을 때 마늘 등 재료와 소스 때문인지 “마치 향이 매우 강한 와인처럼” 강렬한 맛을 느꼈다는 것.
‘김치에 대한 인상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정직하게 말해서… 셰프(조리장)에게 김치 맛을 조금 순하게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사스 지방의 슈코트를 예로 들며 김치의 세계화 가능성을 자신있게 제시한다. 전세계에 수많은 종류의 발효식품들이 있고 재료나 과정도 조금씩 다르지만 향과 맛에서 김치가 앞선다는 것.
이번 협정은 2년만에 이뤄졌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김치 요리법 연구를 제안,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쳐 이번에 성사된 것. 개발되는 김치요리법들은모두 불어 및 영어판 책자로 발간하는 한편 세계 15개국 25개 지사와 파리식품박람회를 통해 소개하는 등 대대적인 김치 홍보 활동도 펼쳐나간다.
르 꼬르동 블루는 오드리 헵번이 현대판 신데렐라로 열연한 영화 ‘사브리나(1954)의 배경 장소로도 유명하며 1950년대 말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오찬을 주관한 요리의 아카데미다. 회장인 그는 세계적인 주류회사인 레미 마르탱과 쿠앵트로 리퀴르 가문의 자손으로 프랑스 요리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분교인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 개원 2주년을 기념하고 부산 울산 등에서 추가 요리과정 개설을협의하는 등 바쁜 방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는 5일 떠난다.
“최근 파리에서도 한국 음식과 한식 레스토랑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관심과 호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는 그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김치가 프랑스 음식과 접목되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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