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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초등학교 인질극 이틀째/푸틴 "인질 최우선" 무력진압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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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초등학교 인질극 이틀째/푸틴 "인질 최우선" 무력진압 배제

입력
200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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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 독립을 지향하는 무장 대원들이 러시아 북오세티아 공화국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등 354명의 목숨을 볼모로 잡고 이틀째 벌이고 있는 인질극은 비인도적인 잔혹극으로 치닫고 있다.인질범들은 2일 어린이 인질 132명 등을 학교 체육관 및 교실 창가에 배치, 인간 방패로 활용하면서 극단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범인들은 인질에게 식수와 식품을 제공하라는 당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범인들은 이날 오후 여성과 학생, 아기 등 26명을 풀어줬다..

경찰과 인질범들이 긴박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장 주변에는 범인들에게 사살된 시체 2구가 나뒹굴고 있다. 러시아 경찰은 이틀 동안 학부모 등 16명이 사살됐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질들의 생명과 건강"이라고 밝혀 무력진압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방보안국(FSB)의 한 관리도 "대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무력진압 가능성을 배제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녀들이 인질로 잡힌 부모들의 심정은 애처롭다. 10살, 6살, 6개월 된손자 3명과 딸이 잡혀 있는 스베틀라나 차카예바는 “하루종일 학교 밖에서 기다렸지만 당국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있으며, 나는 지금 너무나 두렵고도 무섭다”고 절규했다. 가족들은 당국의 전격적이고도 무차별적인 진압으로 인질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안절부절하고 있다.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당시 경찰은 신경가스를 이용해 진압작전을 개시,129명의 인질이 가스 질식으로 숨졌다. 외신들도 러시아 당국의 의중이 매우 불투명하다며 전격적인 진압작전을 우려하고 있다.

인질석방 협상은 거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범인들과 3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통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러시아측은 우선 어린이 인질들을 석방하고, 인질극을 중지할 경우 북오세티아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협상안을 전했지만 거부 당했다.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 당시 협상을 중재했던 의사 레오니드 라샬도 중재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FSB 등 당국자들은 범인들의 정체와 요구사항이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범인들이 수감된 체첸 반군석방, 체첸에서의 러시아군 철수 등을 요구하는 점 등을 들어 체첸 반군 내 한 분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체첸 반군 소행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무장괴한들의 대변인이라고 자칭하는 인물이 “우리는 체첸반군으로, 살리킨 리아두스 제2단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조직은 악명 높은 체체 반군 사령관 샤밀 바사예프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인질극은 다국적 테러리스트들의 연합에 따른 것”이라며 “타국의 테러범들이 체첸에서 활동하는 동안 체첸 반군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이 사건을 ‘극악무도한 행위’로 규정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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