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서울시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발단은 본보가 2일자 초판 신문에 보도한 '서울시, 탈북자 임대주택 공급 거부' 기사. 밤 10시께 이를 본 이명박 서울시장은 '내 생각과 다르다'며 시 언론과 관계자들에게 '긴급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기자는 밤늦게 까지 정정 요구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한밤의 해프닝이 알려진 2일 오전, 서울시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이미지'를 강조하는 이명박 시장의 목소리가 좀 컸던 탓일까. "때마다 (정부가 지자체에 탈북자용 임대주택을) 내놓으라고 하면 우린 어쩌나"하던 실무자들은 "정부의 요구를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표정에는 편치 않은 심기가 배어나왔다. 한 직원은 "서민들을 위해 남겨둔 임대주택을 마냥 탈북자들에게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했다.
남쪽의 서민들이 우선이냐, 아니면 사선을 넘어온 탈북자들이 우선이냐 하는 논쟁은 일단 접어두자. 대신 두쪽 모두 반드시 챙겨줘야 한다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현실을 바라보는 정부쪽 사람들의 시야는 너무 좁아 보인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탈북자용 주택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계법령만을 앞세워 지자체에 시시각각 손을 내밀 뿐, 언제 몇 명이 더 남쪽으로 올지 모르는 탈북자에 대한 종합적인 주택공급대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1일 밤 벌어진 해프닝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탈북자에게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것은 남쪽의 숙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땜질식 공급이 계속될 경우 탈북자가 먼저냐, 서민이 먼저냐 하는 논쟁을 또 촉발할 수도 있다.
/양홍주 사회2부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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