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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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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일

입력
200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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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송암리 아이들은 먼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녔다. 가을이면그 아이들은 등교 길에 송이버섯을 따가지고 와 학교 마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집에 가져가서 식구들에게 귀한 송이 구경을 시켰다.어른이 된 지금, 추석 때가 되면 내가 좋은 술 한병을 선물하는 초등학교친구가 있다. 어린시절 나에게 이따금 송이버섯을 따주던 친구다. 어느 해엔 학교를 오다가 딴 우리 팔뚝 절반만한 송이를 나에게 주었다. 아마 나라면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 어른들에게 자랑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그 친구는 어른들도 쉽게 딸 수 없는 큰 송이를 나에게 주었다.

그 친구가 준 송이를 썰어넣어 끓인 채국을 그 해 추석 차례상에 탕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되어 뒤늦게 그 생각이 나서 해마다 그 친구에게 술 한병을 보내는데, 정작 그 친구는 그때의 일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내가 보내는 술만 기억하지, 아주 오래 전에 자기가 나에게 준 귀하고도 값진 선물은 잊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아내에게 좋은 술 한병 따로 싸 놓으라고 미리 말해 놓았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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