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승리할 기회를 주던 LA다저스 시절의 모습이 되살아 났다.”2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를 중계하던 텍사스 단장 출신의 톰 그리브 TV해설가는 박찬호(31)의 호투를 지켜보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박찬호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아쉽게 승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복귀전보다 더욱 안정된 피칭으로 에이스로서의 부활을 다시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2-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8회말. 첫 타자인 3번 토리 헌터를 헛방망이로 돌려세운 뒤 4번 저스틴 모네우에게 볼카운트 2-1 상황에서 조급한 승부를 벌이다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그때까지 투구수는 98개. 마운드에 올라온 벅 쇼월터 감독은 더 던지고 싶어하는 박찬호의 어깨를 두들기며 공을 넘겨받아 시즌 41세이브(3승)를 기록하고 있는 프란시스코 코데로에게 넘겼다. 그러나 믿었던 코데로는 연속3안타로 박찬호의 시즌 4승(4패)을 날려버린 것은 물론 2-4 역전까지 허용하면서 팀을 3연패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이날 패배로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5게임차로 벌어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꿈이 더욱 가물가물해진 텍사스는 그러나 박찬호라는 희망을 건졌다.
1회 새넌 스튜워트에게 내준 솔로홈런 포함, 산발 8피안타와 몸에 맞는 볼2개에 삼진 5개를 묶어 7과3분의1이닝 동안 2실점(방어율 5.14)하는 2게임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내)의 호투. 하지만 팀 타선의 불발이 못내 아쉬웠다.
지난달 27일 활발한 공격력으로 박찬호의 99일 만의 복귀전을 환영했던 텍사스 타선은 이날 1회초 1사 만루, 4회초 무사 1,2루의 좋은 기회를 번트 실패와 후속타 불발로 날려버리는 등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면서 미네소타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 박찬호 투구패턴
박찬호는 ‘코리안특급’을 떠올리게 하는 라이징 패스트볼(포심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던 전성기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 구속은 여전하다. 복귀전에서 최고구속 153㎞를 기록한 박찬호는 이날도 151㎞를 스피드건에 찍었다. 그러나 스피드에 의존하기 보다는 타자 근처에서 볼끝에 변화를 일으키는 투심 패스트볼과 타석 바깥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지는 슬러브(슬라이더+커브)를 주무기 삼아 삼진 욕심보다는 타자를 맞혀서 잡는 요령으로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패턴이 더 눈에 띈다. 여기에 안정된 제구력으로 남발하던 볼넷을 크게 줄이면서 이날 100개에 못 미치는 공으로 7회 이상을 소화하는 등 완투능력을 갖춘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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