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직장여성 A씨. 대학생 때 그는 명동 화장품 전문점을 찾아 수백 종류의 화장품을 섭렵하는 단골 고객이었다. 졸업 후 백화점 매장도 간간이 찾았지만 친구 선물을 사고 사은품을 챙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그러다 인터넷 쇼핑몰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괜찮은 브랜드 화장품을 골라싸게 사는 재미가 더할 나위 없었던 것. 지난해부턴 초저가 매장이 눈에 확 들었다.
1만원 이하의 싼 가격에 즐겨 화장품을 구입했지만 “이렇게 싼 제품을 써도 될까”라는 의문이 한 구석엔 있었다. 그러던 A씨는 최근 값은 싸면서도 품질이 맘에 드는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화장품 시장이 고개 한번 돌리면 달라질 정도로 무섭게 변하고 있다. 수년전 최고 2만개나 됐던 화장품 전문점이 2002년 1만1,000개, 2004년 현재 8,500개로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지난해부터 ‘미샤’ ‘더페이스샵’같은초저가 브랜드 숍이 각 200개, 100개의 프랜차이즈매장을 둘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다 7월부터 태평양이 ‘휴 플레이스’를 열어 약 40개 매장을 확보하고 내년까지 200~300개를 목표로 삼는 등 화장품 대기업이 브랜드 숍 경쟁에 가세했다.
한불화장품도‘스타일 랩’을 선보였고 이달중 LG생활건강도 ‘뷰티플렉스’를 열 예정이어서 브랜드 숍 경쟁은 하반기 한판 승부를 눈앞에 두고있다. 미샤로 독주하던 ㈜에이블씨엔씨가 위기감을 느껴 또 다른 브랜드 숍 ‘코스메틱 넷’을 시작했을 정도다.
기존의 전문점은 말 그대로 ‘오만가지 화장품’을 모두 판매한 반면 브랜드 숍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직접 자사 제품만 유통하는 매장이다. 특히 초저가 브랜드 숍은 용기, 광고 등의 거품을 빼고 1만원 이하 가격과 산뜻한 매장으로 공략에 성공했다.
가격경쟁에 밀리는 휴 플레이스는 절반 정도를 태평양의 제품으로 채우고 테스트 존과 카운셀링에 주력하는 등 차별화한 서비스로 초저가 매장과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브랜드 숍 열풍은 시판시장을 살리기 위해 화장품 업계가 안간힘을 쓰는 결과다. 카드결제에 의존하던 직판(방문판매 사원을 통한 업체의 직접판매)시장이 신용불량 사태로 고사하고, 경기불황으로 전문점이 죽어가면서, 일부 화장품 업체는 ‘반토막’에 가까운 마이너스 성장을 겪고 있다.
태평양 관계자는 “시판시장을 살리지 않고 백화점과 방문판매에만 매달려선 화장품 업체가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초저가 브랜드 숍에 대응하는 기존 전문점의 저가 공세가 만만치 않은 한편 경기 회복세에도 초저가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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