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의 한 낡은 아파트에서 체첸 여성 4명이 갑자기 행방을 감췄다. 그리고 러시아를 공포에 몰아넣은 테러 현장에 잇따라 등장했다.두 명은 지난달 24일 여객기 2대 동시 폭탄 테러를 감행했고,한 명은 31일 모스크바 도심 지하철역에서 자폭했다. 종적이 묘연한 한 명은 1일 북오세티아 인질 사건에 참여했을 수도, 어디선가 다른 테러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최근 잇따라 발생한 체첸 반군의 테러는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체첸 여전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29명의 인질과 41명의 테러범이 숨진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 인질 참사 때였다. 그후 지난해 7월 모스크바 록콘서트장 자폭 등 주로 총 대신 몸에 폭탄을 두르고 자폭하는역을 맡고 있다. 이번 학교 인질 사건에도 폭탄 조끼를 입은 여성이 참여하고 있다.
체첸 여성이 ‘순교’에 나선 것은 체첸의 상황이 그만큼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인구 120만 명의 체첸은 대 러시아 항쟁 기간 최소한 15만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숨졌다. 당연히 러시아군에 남편이나 아버지 오빠 남동생을 잃은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러시아에선 체첸 여전사들을 아예 ‘검은 과부’라고 부른다. 체첸 반군은 이런 여성들을 골라 자살 테러에 동원하고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데다 보안당국의 관심을 덜 받아 테러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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