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한국의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방침 등 과학기술 혁신 노력에 대한 기사를 싣고 큰 관심을 표명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학기술부총리제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 주목과 관심을 끌고 있다는 의미다.과학기술부는 1967년 과학기술처로 출범한 이후 98년 부로 승격한 데 이어1일 부총리 부서로 격상됐다. 이로써 그 동안 개별 부처 중심으로 이뤄진인력ㆍ산업ㆍ지역 혁신정책의 조정과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평가, 그리고 예산을 배분ㆍ조정하는 기능을 통합 관장함으로써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혁신주도형 경제의 구심적 역할을 하게 됐다.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과학기술 중시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이 국정과제로 설정됐으며, 정보과학기술보좌관직이 신설되었고, 이공계 우대 정책이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R&D 예산도 올해 6조 원을 돌파했고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산업계의 R&D 역량도 메모리반도체, CDMA, TFD-LCD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2003년도 우리나라 R&D 투자는 160억달러로 세계 7위로 올라섰으며 국민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율도 2.64%로, 2.33%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연구인력도 20만 명으로 세계 7위지만 미국의 12분의 1,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일류 제품도 77개로 미국 884개, 중국 787개, 일본 321개에 비해 적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10년 장기침체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처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R&D 투자 규모와 연구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투자효율성을 높여 규모의열세를 만회해야 한다. 한 국가의 R&D 역량은 개별 연구주체들이 효율적으로 연계될 때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중 기업연구소가 1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기업의 기술 개발 의지와 정부의 지원시책에 힘입은 값진 성과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기업연구소의 질적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과기부는 지금까지의 개별 기업 단독 개발형 연구체제를 개선하여 고급인력과 연구장비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학, 출연연구원과 기업연구소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산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새 롭게 과기부가 부총리 부서로 재탄생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를 계기로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과학기술에 대한 의욕과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허영섭 한국산업기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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