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기름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데, 서민들이 가져보지도 못한 모터보트, 요트, 보석, 귀금속 등에 붙는 특소세를 폐지한다고 하니 기가 막히다. 부유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만들려고 하는가."(재정경제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린 한 네티즌의 글)정부와 여당이 1일 발표한 감세정책의 혜택이 고소득층에만 집중될 것으로 분석되면서 네티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04년 세제개편안이 '부자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비판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소득세율 1% 포인트 인하, 골프채를 비롯한 24개 품목 특소세 폐지 등은 소외된 계층을 집중 지원한다던 정부의 공언과 달리 '무늬만 서민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2일 재경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선후구'라고 자신을 밝힌 네티즌은 "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는 고소득층에게 더욱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결과를 낳고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소득이 워낙 적어서 몇 천원 세금 깎아준다고 없던 소비의욕이 갑자기 살아날 것 같지 않다"며 "특소세 얼마 내린다고 물건 사고싶은 의욕이 팍팍 솟아날 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후니'라는 네티즌은 "경제가 어려운 게 부자들이 돈을 안 써서, 보트를 안 사서 그런가"라고 반문했고, '이사이사'라는 네티즌은 "이자, 배당소득세율을 1%포인트 인하한다는 데 서민이 이자 받을 것이나 있냐"는 글을 올렸다.
울산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한 네티즌은 "아직 두돌도 안 된 작은아이가 고관절 탈구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비는 카드로 몇 개월 할부를 해가며 버티고 있다"며 "의료비를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에서 제외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돈 없는 서민에게는 프로젝션TV가 필요 없다", "세수확보가 목적이라면 특별소비세를 수천배 올려라"라는 제목의 글들이 올라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등도 "부자세금을 깎아봐야 소용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감세결정은 근로자와 소상공인, 중산층을 위해 추진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고소득층에 주로 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효과는 없이 오히려 재정 건선성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에서 "서민들이 유류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재정상의 어려움을 들어 곤란하다고 하더니 PDP TV 등 고가품에 대한 특소세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정부·여당은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산다'고 말하지만 이들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해봤자 소비수요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세 혜택이 부자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것은 인정하지만, 재정확대를 통해 서민·중산층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며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서는 부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골프장 등 특소세 지방이양 검토"
2일 국회 재정·조세연구회 주최로 열린 '성장잠재력 강화를 위한 2004년도 세제 개편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감세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경부측은 이날 감세 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을 시사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3당3색의 견해를 내보이며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골프장, 경마장, 경륜장, 카지노, 유흥업소 등에 대한 특소세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 여건상 세율인상 등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세법 개정이 곤란하다는 전제 하에 재정 악화로 고통받고 있는 지자체의 세원 확충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실장은 전날 당정이 발표한 특소세 제외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골프장 입장료 등을 언급함으로써 향후 특소세 면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토론자로 나선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정부의 감세정책이 대기업과 부유층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소득세율을 1% 인하할 경우 연봉 2,000만원 안팎의 서민에게 한달 평균 1만6,000원 정도의 감세효과 뿐"이라며 "고소득층을 겨냥한 특소세 면제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감세안은 결국 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감세정책의 대폭 확대를 역설했다. 박 의원은 "정부의 감세정책은 실질적인 효과가 더딘 재정확대정책의 보완책으로서만 제시된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이 감세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소득세율의 경우 최소한 3% 이상 인하되어야 하고 기업들에 대한 면세 혜택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세제상의 혜택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기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며 "세수 효과가 4,000억원에 불과한 특소세 폐지는 건실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현재 상황에서 투자여력을 갖춘 곳은 대기업 뿐"이라며 "대기업의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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