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들 며느리를 따라 두 손녀와 함께 바깥 나들이를 갔다. 만발한꽃 향기 속에서 나무 아래를 거니는 기분은 비할 바 없었다. 구경을 다 하고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었다. 자장면을 맛있게 먹으며 재잘거리는 초등학생 손녀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40년 가까이 지난 옛일이 떠올랐다.남편이 군에 있던 관계로 강원도 화천역 철책 근처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집에서 개울 하나를 건너면 자장면집이 있었다. 그 때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그 식당에서 외식을 하곤 했다. 군인의 박봉으로 생활하자니 그런 외식도 자주 하지는 못했다. 가끔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면서 “오늘 저녁에는 자장면 먹으러 갈까?”라고 하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좋아했다.
나는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면서 저녁밥을 짓지 않아도 되니 즐거운 것도 있었지만 그 집의 자장면과 깍두기 맛에 군침이 돌았다.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젊은 신혼부부가 하고 있었는데 넓지 않는 온돌방에 식탁 몇 개가 있었다.
당시 반찬으로 양파나 단무지 대신 깍두기가 나왔다. 자장면에 깍두기가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세상에 어느 음식이 그렇게 맛이 있었을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후로 가끔 그런 깍두기를 담가 보려고 해 봐도 그런 맛이 나지 않았다. 얼마 전 아들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했더니 그 식당 이름까지 기억을 하면서 역시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은 장년이 된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과 함께 거기에 한 번 가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 부부를 만나면 그 때 그 자장면과 깍두기맛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장무련ㆍ충남 아산시 방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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