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성계의 숙원이던 호주제 폐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오던 한나라당이 2일 정책 의총을 열고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도부의 의도대로 찬성 당론까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찬성쪽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16대 까지만 하더라도 한나라당 내에선 호주제 폐지 얘기를 꺼내기 조차 힘들었다. "호주제 폐지는 공산주의적 발상"이란 주장이 의원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7대 들어 박근혜 대표가 "호주제 폐지가 개인소신"이라고 밝히고 여성 의원들도 대거 진출하면서 전향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후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로 방침을 정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이 이미 정기국회 100대 과제를 통해 호주제 폐지 방침을 재확인해 호주제 폐지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날 의총에서 발제에 나선 이계경 제6정조 위원장은 "호주제 폐지에 찬성 당론을 정하면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변했음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잡았다. 의총 전 당 정책위의 설문조사에서 답변 의원 86명 가운데 53명이 호주제 폐지에 찬성했고, 반대쪽은27명이었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에서 핵심적인 논쟁 거리인 부모 이혼시 자녀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았다.
이해봉 의원은 "호주제 폐지에 개인적으로는 동감하지만 재혼 후 양부의 성을 따르는 것은 반대한다"며 "성본의 문제에서 근본의 뿌리를 흔든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도 "부모의 협의 아래 자식의 성을 바꾸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며 "진보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자식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명주 의원도 "호주제 자체의 폐지는 마땅하지만 이혼과 관련해 자녀의 성을 바꾸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호주제 폐지 자체에 반대해오던 일부 의원들은 이날 반대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의총 후 "자녀성을 바꾸는 부분은 대안을 찾는다는 전제 하에 호주제 폐지를 권고적 찬성당론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전면 허용을 골자로 한 기금관리법 개정에 대해서는 논란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책위에서 당초 반대당론을 정했지만 전향적 검토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뜻밖에 많았기 때문. 이종구 심재엽 의원 등은 이날 "우리의 증시를 넓고 깊게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연기금을 증시에 넣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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