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과거사 진상규명 법안의 처리시한을 정하는 등 과거사 규명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우리당은 2일 정책의총에서 정부수립 이후의 과거사를 포괄적으로 규명하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을 14일 확정해 공청회 등을 거쳐 23일 발의키로 했다. 기본법에 따라 설치되는 조사 기구인 '진실화해미래위원회'(가칭)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이며 실질적 조사권한을 갖는 국가기관으로 하고, 장준하 의문사, 인혁당 사건, KAL기 폭파사건 등 일제 이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및 의혹 사건을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했다. 일제강점기는 '친일진상규명법', 정부 수립이후는 '과거사정리기본법'을 통해 각각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게 우리당의 방침이다.
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 개정안과 관련, 기존 법이 발효되는 24일 이전에 통과시키겠다며 8일 행정자치위에 상정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상정이 무산됐지만, 이번 주 중 '안건 상정 동의안'을 제출해 반드시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사 태스크포스팀 간사인 강창일 의원은 "과거사 정리와 청산은 17대 국회에 맡겨진 역사적, 민족적 과제"라며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절충이 안되면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에서 "국가기구를 통한 과거사 규명은 대통령과 여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태희 대변인도 "과거사 문제는 철저하게 비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문제로 접근하자는 것"이라며 "국가인권위 등 국가기관이 최근 균형감각을 잃은 행적을 보인 데서 알 수 있듯 국가기구화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친일진상규명 개정안에 대해서도 법이 발효된 후 시행과정을 지켜본 뒤 개정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과거사 문제가 17대 첫 정기국회의 초반 파행을 몰고 올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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