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에게 정상적인 비서 업무 외에 다른 일을 강요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조해현 부장판사)는 2일 모 무역회사와 대표이사 H씨가 “성희롱 결정은 부당하다”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여)씨는 1999년 12월 ‘외국인 CEO의 한국내 수행비서 역할이 가능한 비서직 사원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회사에 지원했다.
그러나 H씨는 문서취급, 일정관리 등 정상적인 비서 업무를 기대했던 A씨에게 일본인 고객과 단둘이서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도록 요구했고 업무와 상관 없는 사적인 이메일을 주고받도록 했다. 또 일본인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경리업무와 화장실 청소 등을 지시했다.
참다 못한 A씨는 남녀차별개선위에 시정을 신청했고 위원회는 지난해 6월 H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결정하고 회사측에 A씨에 대한 1,000만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재판부는 “외국인 CEO의 수행비서직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는 공적인 것에 한정된다”며 “H씨의 행위는 대표이사 지위를 이용해 여성으로서의 상대역을 요구했다가 불응하자 고용상의 불이익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업무 외에 사적인 일을 강요할 경우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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