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질문 하나. ‘마징가Z와 태권V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포털 네이버의 지식검색에 올라온 수많은 답변을 살펴보니 역시나, 태권V가 이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논리를 동원한 설명. “마징가Z의 신장은 17m인데 태권V는 40m입니다. 태권V가 밟으면 마징가Z는 찌그러집니다.” 또는 “공중전에서는 태권V가 유리하지 않을까요? 마징가는 날기 전에 스크랜더윙하고 합체해야 해서 시간이 걸립니다.”너무 황당한 답변이라면 오히려 다음 답이 설득력이 있을지도. “어디서 싸우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라면 한국인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을 태권V가, 일본에서라면 마징가Z가 이길 것 같네요.”
■ 누가 센지 한번 붙어보자
‘강자들 중 누가 최고인가’에 대한 상상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그 즐거움이 이제는 스크린으로 장소를 옮겨 가, 각기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이 한판 ‘대결(versus)’이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프레디 vs 제이슨’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3일 개봉)는 이런 대결영화 붐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13일의 금요일’시리즈 제11편으로, 미국에서 지난해 개봉해 7,4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프레디 vs 제이슨’은 호러영화의 대표작인 ‘13일의 금요일’과 ‘나이트 메어’의 주인공인 제이슨과 프레디가 액션영화의 주연으로 변신해 벌이는 한판 대결이다. 미국에서 지난 주, 1억5,000만 달러 수익을 돌파하며 흥행 행진중인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역시, 4편까지 만들어진‘에이리언’ 시리즈와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87년 작 ‘프레데터’에 등장했던 두 외계 종족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 왜 대결영화 붐인가
대결영화가 괜찮은 흥행성적을 내자 ‘프레디 vs 제이슨’을 제작한 뉴라인시네마는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과 함께 호러영화의 또다른 고전 ‘이블데드’의 주인공 애쉬까지 끌어들인 ‘프레디 vs 제이슨 vs 애쉬’를 기획중이다. 여기에 ‘할로윈’과 ‘헬레이저’의 주인공을 짝꿍으로 세운 또 다른영화 ‘마이클 마이어스 vs 핀헤드’도 준비중이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대결영화 붐에 대해 “인간의 본질을 자극하는 설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절대 강자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누가 더 강한가”에 몰두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가상대결은 좀더 호전적인 장르인 게임과 만화에서 이미 빈번하게 등장했다.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은 1990년 다크호스사에서 만화로 선보였으며, 마니아들의 호응을 등에 엎고 게임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대결영화의 법칙이라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거나, 지는 설정은 금물이라는 것. ‘프레디 vs 제이슨’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도 개봉 전부터 “누가 이기냐”를 두고 각각 캐릭터의 팬들이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때문에 대결영화에서 결론은 애매하다. ‘프레디 vs 제이슨’의 경우도 마찬가지. 영화가 끝나기 직전 프레디의 목을 벤 제이슨의 승리인 듯 보이지만, 목 잘린 프레디가 웃는 것을 보고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된다.
■ 속보이는 할리우드의 재활용 전략
추억의 주인공을 동원한 가상대결은 아이디어 고갈에 시달린 할리우드의 궁여지책임이 자명하다. 특히 ‘에이리언’이나 ‘13일의 금요일’처럼 더이상 속편을 기대 않는 경우, 한번 더 우려먹는 얄팍한 전략이다. 하지만추억은 마법과 같아, 옛정에 호소할 때 사람의 마음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할리우드의 재활용 전략이 일단 성공. 에이리언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낮았던 프레데터 캐릭터마저 17년 만에 에이리언과 맞붙은 동급으로 떠올라 DVD 시리즈와 게임으로 부활하고 있다.
팬이라 할지라도 대결영화에 무조건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의 캐릭터를 망친다는 이유에서다. 절대 강자였던 각각의 캐릭터가 대결영화에서 는B급 영화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것도 사실이다. ‘슈퍼맨 vs 배트맨’이 기획단계에서 수포로 돌아간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였다.
일부 ‘에이리언’의 팬들은 이미지 구긴 에이리언이 시리즈 5편에서 주인공으로 정색하고 다시 등장할 수 있을 지에 벌써부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의 광고문구인 “누가 이기든, 우리는 지는 것이다”라는 말은 다른 의미에서 정답일 수도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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