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들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갈수록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미래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국내 기업의 투자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통해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조업체의 투자 흐름을 분석한 결과 ▲국내 투자 기피 ▲연구개발(R&D) 저조 ▲보수 투자 확산 ▲호황 업종 편중 등 4가지 유형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설비투자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설비투자율은 95~97년 13.4%(이하 연평균)에서 2001~2003년에는 10.2%로, 올 1ㆍ4분기에는 8.9%까지 떨어졌다. 이는 기업들이 갈수록 설비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설비투자 가운데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95~97년 6.5%, 2001~2003년 6.2%로 정체된 상태다. 특히 설비 확충을 위한 투자 보다는 유지ㆍ보수 등 소극적 투자의 비중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전체 투자 가운데 설비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 비중은 95~97년 68.5%에서 2001~2003년 61.5%로 하락한 반면, 유지ㆍ보수를 위한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14.0%에서 21.7%로 급증했다.
투자를 한다 해도 내부 자금에만 의존하는 등 보수적인 투자도 심화하고 있다. 95~97년 74.6%에 달하던 총 자금조달 대비 외부자금 조달 비율이 2001~2003년 19.0%로 급락했다. 특히 금융기관 차입금 비율은 95~97년 31.9%에 달하던 것이 2003년 10.3%로, 주식 회사채 등 간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도 같은 기간 24.2%에서 4.0%로 급감했다.
마지막으로 일부 호황 업종에 투자가 편중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서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전체 투자액 가운데 상위 3대 업종 비중이 95~97년 32.1%에서 2001~2003년 56.2%로 크게 증가했다. 더구나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등 2개 업종 관련 투자 비중은 제조업 전체 투자의 53.2%나 됐다.
호황 업종이 대부분 수출 업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기형적 투자는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95~97년 내수기업(수출비율 25% 미만 업체)의 연평균 설비투자 규모는 수출기업(수출비율 75%이상 업체)의 약 2.5배였으나 2001~2003년에는 수출 기업보다 축소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투자패턴의 변화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경제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데 주 요인이 있다”며 “보호주의적인 노동법과 불안한 노사관계, 각종 기업규제, 출자총액제한제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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