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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덜'/ 속깊은 명랑돼지랑 친구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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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덜'/ 속깊은 명랑돼지랑 친구할래요?

입력
200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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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를 날아 다니며 해적을 소탕하는 낭만 돼지도 아니다. 그렇다고정 의감에 불타는 ‘짝퉁’ 해적 돼지도 아닌, 속 깊은 명랑 돼지 ‘맥덜’이다.저우룬파, 양차오웨이 같이 미남 스타거나, 행운이 가득한 아이였으면 하는 엄마 맥빙 여사의 소원과는 달리 보잘 것 없는 ‘숏 다리’로 태어난 맥덜. 맹렬 엄마의 치맛바람 덕분에 명문 유치원의 한 자리를 차지 할 수있었지만, 둔하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처럼 명석함과는 거리가 먼 꼬마 돼지이다. 같은 반 친구들은 기억에 남는 장소로 해외 명소를 재잘대는데, TV 광고의 카피로 추억을 대신해야 하는 맥덜은 복 많은 돼지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케이블카로 공원에 놀러 간 것을 몰디브 여행이라고 속이는 엄마 앞에서 마냥 즐거워하는 착한 돼지이며, 올림픽 윈드서핑 금메달 도전이라는 엄마의 바람을 위해 짧은 꼬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집념의 돼지이기도하다. 윈드서핑 대신 홍콩 전통 스포츠를 전수하게 된 아들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편지를 띄우는 엄마.

이런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더욱 연습에 몰두하는 맥덜. 어른이 된 맥덜이 엄마의 죽음 앞에서 엄마가 해준 칠면조 요리를 다 먹지 못하고 버린 것을 후회하는 모습과 엄마의 억척 덕분에 얻은 굵은 장딴지로 험한 인생의 파도를 헤칠 자신이 생겼다는 고백이 사뭇 감동적이다.

1990년 홍콩에서 만화로 첫 선을 보인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맥덜’은 동화책 그림같은 드로잉과 실사에 가까운 홍콩 풍경의 조합, 맥빙 여사의 치열한 삶을 전자오락 화면에 빗댄 장면 등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깜찍한 율동과 노래가 있으면서도 묵직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있어 어른이 봐도 좋은 영화다.

다만 귀에 와닿지 않는 홍콩인들의 언어유희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 하는것이 흠. 2003년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영화제와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제(SICAF)에서 대상, 몬트리올영화제서 아동영화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 등을 수상했다. 3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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