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가칭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킴으로써 군에 의해 저질러진 오욕의 역사들의 진상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해당기관의 과거사 고백을 강조한 이후 부서별로 조사대상 선정 작업을 벌여왔다. 국방부는 이 같은 사전 논의를 바탕으로 위원회가 조사대상과 범주를 확정케 할 방침이다.국방부는 "일단 확실히 조사대상에 선정된 분야는 타살의혹이 제기된 군 의문사 사건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말 1차로 제주 4·3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노근리 사건 등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희생사건 5공화국 시절 운동권 학생을 강제 징집해 사상전향 공작을 벌인 녹화사업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에서는 무엇보다 녹화사업이 포함될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녹화사업이 빠질 경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고백의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어 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역 군인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녹화사업에 선뜻 손을 대기도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지금까지 사회에 팽배해 있던 색깔론에 묻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사건이 반세기만에 햇빛을 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군이 연루된 사건 가운데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1948년 이후 전남 함평군 일대에서 벌어진 양민학살과 좌익세력 교화목적으로 설립한 국민보도연맹 조직원 집단학살사건, 경북 문경 민간인 학살사건 등이 있다. 이들 사건은 국방부의 적극적인 진상규명 의지가 관건이지만 생존한 집단학살 피해자나 유족이 드물고 기록도 많지 않아 진상규명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전쟁 전후의 사건 가운데 4·3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노근리 사건 등은 외부기관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진상이 밝혀진 만큼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최종 결정은 미룬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미 진상규명과 보상까지 이뤄진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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