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의 베슬란시 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무장세력은 인질로 잡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학교 체육관에 몰아넣어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타르타스 통신은 1일 무장세력이 인질들을 학교 체육관에 집합시킨 뒤 바닥에 눕게 하고 그들 사이에 테러리스트들이 한 명씩 누워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자살용 폭발물 벨트를 찬 무장괴한들이 인질 옆에 함께 누운 채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할 수 있음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즈베크 쟌티에브 북오세티야 내무부 관리는 “테러리스트들은 동료가 한 명 살해되면 학생 50명을 죽이고 한 명이 부상하면 20명의 학생을 죽일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무장 괴한들은 체육관 창문을 통해 내보낸 쪽지에서 체첸에서의 (러시아) 군대의 철수와 잉구셰티야에 수감돼 있는 24명의 체첸 반군 석방을 요구했다.
이타르타스는 당초 400명으로 추정됐던 인질들은 현재 250여명이 남아 있으며 50여명의 학생들은 무장세력을 벗어나 도망쳤고 학생 15명은 무장세력이 풀어줬다고 전했다.
급보를 받고 휴양지인 흑해의 소치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사건 현장에 라쉬드 누르갈리예프 내무장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보안국(FSB)국장을 급파했다.
이번 인질극은 최근 여객기 연쇄 폭파참사와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 사건이 터진 직후 일어난 것이어서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체첸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 세력들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체첸 반군측은 이 사건을 ‘극악무도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인질극이 대부분 참극으로 귀결됐다는 점이다. 2002년 10월 모스크바의 오페라극장에서 있었던 체첸 무장세력의 인질사건도 대치 3일 만에 관람객 등 170명이 사망하는 참극으로 끝났다. 이번 무장 괴한들의 요구조건이 수감돼 있는 체첸 반군의 석방, 잉구셰티아 대통령과의 면담 등 수용하기 힘든 내용인 데다 러시아 당국도 테러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대규모 희생으로 끝날 개연성이 높다.
북오세티야 공화국은 인구 67만 3,000여명으로 반군이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 자치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란인과 야벳인의 혼혈족인 오세티야인을 비롯, 러시아인 아르메니아인 그루지야인 등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다. 1784년 러시아의 식민지가 된 이후 1936년 행정구역상 자치공화국으로, 92년 3월 신연방조약에 따라 공화국이 됐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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