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나 조직이든 공통의 목표가 있으면 행복하다. 합치된 의견을 토대로 목표를 세우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은 단단한 통합을 이루게 된다.공동체적 통합이 강한 조직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건강하다. 파슨스라는 사회학자의 사회통합론에서도 제일 먼저 제시된 것이 공통의 목표다.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역할 분담, 역할 수행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에 대한 상호 인정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분담하고 있는 역할이각 개인에게 욕구충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통합론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사회는 통합돼 있지 않다. 공통의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통합을 방해하는 갈등은 많다. 남북 동서간의 정치적 갈등과 세대 노사 빈부 외에 성별 갈등까지 꼽을 수 있다. 모든 갈등에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순기능(順機能)이 있지만 우리의경우는 역기능만 두드러진다. 각 집단이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없다면 중첩된 갈등은 사회 결속을 파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지위ㆍ역할에 대한 갈등까지 심하면 그 사회는 해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임현진 교수가 사회해체의 위기를 지적했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 구성원 사이의 유기적 관계가 심각하게 해체되거나 적대관계가 증폭되는 사회해체형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다.그는 ‘압축적 근대화'를 근본배경으로 지목한 뒤, 고용구조 변화가 소득에 따른 계급구조 변화, 중간계급 감소로 이어지면서 사회중추인 중간층의 삶의 안전성을 해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건강하고 건전한 중간지대는 복원하기 어렵게 됐다.
▦사회해체는 인격해체, 생활해체, 가족해체, 지역해체로 나타난다. 해체현상과 함께 ‘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 교수는 사회해체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으로 내실있는 사회안전망 구축, 교육 정상화를 통한 문화적 갈등 해소, 계층간 불평등 완화를 꼽았지만,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문제는 통합과 갈등 조정의 리더십이 없으며 오히려 편 가르기식 쟁투가 사회해체의 위험성을 키우는 현상이다. 그런 의도적 해체에도 역사적 의미야 당연히 있겠지만, 이 시대 한국인들에게는 먹고 사는 것부터가 큰 문제다.
임철순 논설위원실장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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