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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촉진하랬더니 비리만 '초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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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촉진하랬더니 비리만 '초고속'

입력
200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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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대출과 달리 상환의무가 없어 ‘10조원의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들어온 정보화촉진기금의 운용비리 실태가 검찰 수사로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정보화촉진기금이 정보통신강국을 이룬 기반이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업체들의 기술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주식뇌물’을 받고 업체에 거액을 지원해준 뒤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기에 바쁜 공무원들이 있었다.

정보화촉진기금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는 1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공무원들은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해 준 대가로 U, J, E사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받아 코스닥 등록 후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기거나 직접 금품을 받았으며, 그 결과 세금으로 조성된 거액의 기금을 낭비했다.

정통부 임모(46ㆍ3급) 국장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간부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U사의 경우, 2000년 기술력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도 뇌물을 주고 각종 이권을 챙겨 광채널제어기칩 개발사업을 수주했지만 결국 개발에 실패, 결과적으로 26억원의 국고가 손실됐다.

기금을 지원 받고 코스닥에 등록되기 위해 정통부뿐 아니라 중소기업청, 세무서에까지 전방위 로비를 벌인 J사 대표 신모(59)씨는 ‘로비용 주식’ 20만주를 따로 할당해 놓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주식뇌물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금품 뇌물과 달리, 주가관리를 위해 해당 업체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뇌물 공여자조차 ‘금품이나 향응보다 유용한 로비수단’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임 국장 등 현직 정통부 공무원 9명과 박모(57) 본부장 등 전자통신연구원 직원 7명을 구속 기소하거나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받아 챙긴 금액은 최소 1,500만원에서 최고 4억4,000만원에 달했다.

검찰은 또 벤처기업 확인서 발급, 법인세 감면, 자금지원편의 등의 대가로 J사로부터 주식 및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중기청 사무관 양모(48)씨 및 서초세무서 6급 직원 나모(52)씨, 모 시중은행 지점장 홍모씨를 구속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찰에서 적발된 정보화촉진기금 운용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직원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정통부 고위급과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U사 대표 장모씨가 현재 해외로 도피해 사건 실체가 상당부분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구속된 피의자 19명 중 2명만이 감사원 피고발자와 겹칠 뿐 대부분이 검찰에서 새롭게 적발된 사람들이어서 사법처리 대상자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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