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교과서 출판사에서 역사책 편집을 맡고 있는 학자가 국내학술토론회에 참석, '고구려사는 한국사'라고 밝힐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의 역사왜곡이 한중외교 갈등으로 번진 이후, 중국 학자가 직접 방한해 고구려사 문제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는 7일 오후 2시 정문연 운중관에서 열리는 '한중 교과서 세미나'에서 베이징사범대학출판사 역사교육과정 편집자 류동밍(劉東明) 박사가 '중국 역사교과서는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기술하고 있다'는 주제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주요 역사교과서의 한국사 기술을 소개하는 형식이지만, 중국학자가 직접 중국 역사학계 주류의 고구려사 인식을 설명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적지 않다.
류 박사는 중국 교과서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민교육출판사와 북경사범대학출판사에서 낸 몇종의 '세계사 교과서'를 분석해 미리 보낸 발표문에서 "한국은 5,0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며 "역사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대 한반도 북부에 단군 조선 등이 나타났고, 삼한이 있었으며, 기원을 전후해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대치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학자들은 노예제 국가인 고구려가 한국 북부에 1세기께 등장하면서 한국이 노예제사회 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몇 안되는 단일민족국가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류 박사는 중국의 교과서들은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으로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평가한다며, 일례로 "중국의 한과 당 왕조가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가깝고 안정적인 관계"라고 지적해 고구려가 한국사임을 기정 사실화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중국은 학술교류를 강화하고 역사연구를 진전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역사교과서 왜곡 행위를 비판해 교과서를 바로잡고, 양국관계를 더 우호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문화홍보센터가 한중 교과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6∼13일 여는 '중국 교과서 편집자 연수' 행사의 일부로 중국에서는 베이징사범대학출판사 편집부국장 하이샤(哈依霞·교육학) 박사와 샨핑(咸平·경영학)씨 등 3명이 참가한다.
한편 이번 세미나의 한국측 발표자인 이길상 한국문화홍보센터 소장은 현재 중국서 사용중인 초급(7∼9학년)·고급중학교(10∼12학년) 역사교과서 9종을 분석해 중국 교과서들이 고구려를 세계사가 아니라, 중국사 교과서에서 주로 다루며 고구려를 한반도 최초의 왕조국가로 또 한반도에 한정한 역사로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는 고조선의 존재는 물론 고구려 왕조가 지금 중국 영토인 국내성(지린성 지안)에서 성장·발전한 뒤 5세기 초 평양성으로 천도한 사실을 배제한 일종의 역사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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