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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형사소송법 개정안 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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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형사소송법 개정안 진일보

입력
200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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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은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직결되는 법이다. 동시에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역학관계 속의 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데에는 언제나 상충하는 쟁점과 대립되는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검찰과 법원, 피의자 또는 피고인, 범죄 피해자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형사소송법은 그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구체적 모습이 달라진다. 적법절차 준수와 실체적 진실발견 가운데 무엇을 우선시하느냐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피의자나 피고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적법절차준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형사소송법을 설계하게 되면 범죄피해자나 실체적 진실발견을 소홀히 한다는 반대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의 목표인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법절차 준수는 대립하는 이념이라기보다는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이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즉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사소송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부는 8월29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여 발표하였다.이번 개정안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현행법보다 진일보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피의자 신문에 변호인 참여를 허용한다든지 국선변호인의 대상을 확대한 점, 구속 전 피의자 신문제도, 즉 소위 영장실질심사의 대상을 영장이 청구된 모든 피의자로 확대한 점은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필요적 영장실질심사제도에 대해서는 이 제도 도입 당시 법원과 검찰간에 치열한 공방이 전개된 바 있었는데 당사자의 신청에 한하여 인정하던것을 이번 개정안에서 필요적 심사제도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영장 없이 긴급 체포되거나 사실상 불법 구금된 피의자도 적부심을 청구해 법원이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그밖에 상습범까지도 보석대상에 포함시키고, 보석보증금 이외에 보석 보증인제도를 도입한 것 역시 유연한 형사소송법의 모습을 갖추는데 도움이될 것이라고 본다.공소제기 후 증거제출 전 검사 보관의 증거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이 검사를 상대로 열람ㆍ등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중요한 변화이다.

반면에 검사의 기소재량권을 인정하는 기소편의주의를 견제하는 제도로서 재정신청제도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 대상범죄가 극히 제한적인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 형법상 직무유기죄나 피의사실공표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확대하였지만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이들 범죄는 별로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 범죄유형으로서 불기소처분의 경우가 극히 예외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긴급체포 후 48시간 이내 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현행법 규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체 없이 영장을 청구하도록 하였다고 하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인지 체포영장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원칙적으로는 체포영장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헌법규정에 맞다. 이밖에도 구속적부심 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준항고나 재항고를 할 경우에도 구속기간을 산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전체적으로는 인권중심의 방향으로 개정한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형사소송법의 내용은 그 나라의 인권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형사사법기관에서는 인권중심의 개정에 소극적 경향을 띤다. 이를 극복하고 형사사법절차를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은 수사기관의 인식전환과 수사기법의 향상을 전제로 할 때 더욱 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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