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주시는 용돈 얘기를 했더니 참 많은 사람들이 그걸 부러워했다. 어떤 분은 그걸 ‘이쁜 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지금 며느리들에게는 얼굴을 볼 때마다 ‘이쁜 돈’을 2만원씩이거나 3만원씩 잘 주시지만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용돈을 잘 주시지 않았다.그렇다고 안 받을 나도 아니어서 학교 다닐 때 용돈 거짓말을 자주했다. 그 시절 부모님께 했던 거짓말의 절반 이상은 아마 용돈에 대한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상업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틈틈이 주산시험 거짓말을 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서울의 어떤 검정기관이 실시하는 주산 부기 급수시험이 있었다.시험을 보는 값이 600원 정도였는데, 자장면 한 그릇이 80원하던 시절이니까 사실 적은 돈도 아니었다. 그걸 거의 매달 시험 본다고 돈을 타갔다.
전에 한번 그 말씀을 드렸더니 아버지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알면서도 속고 모르면서도 속는 게 부모지. 지금 너희들은 안 그럴 줄 아냐?” 아마 나와 우리 아들 사이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서로 닮아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 시기에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게 바로 우리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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