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표된 '대학 구조개혁 방안(시안)'의 핵심은 국립대의 경우 의무적으로, 사립대는 행·재정 지원과 연계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립대보다는 구조조정을 강제하기가 어려운 사립대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각종 대가 요구와 대학 구성원의 저항이 불가피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우선 국립대의 경우 규모나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한 통합 및 연합을 적극 추진한다는 게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이다. 최우선 통합 대상은 정원 감축이나 재정 절감 등의 효과가 높고 캠퍼스·전공별 특성화 전략과 연계할 수 있는 분야다. 이렇게 되면 수년째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인문사회계 일부 학과 정원이 줄거나 유사 학과와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또 교대와 사대 간 통합, 산업대와 국립대와의 학과 통합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통합 대학에 대해 교수 정원 배정, 교육시설 개선 등에서 우대하는 방안을 강구해 교직원 신분 불안이나 예산 축소 등에 대한 우려를 없애주기로 했다. 또 자율적인 재정 운용이 어려운 현 국고 일반회계와 대학 기성회계를 통합한 국립대 회계제를 새로 도입, 교육과 연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수익 사업을 허용하고 자체 재원으로 계약교원 강사 교직원 등을 임용토록 할 계획이다.
사립대의 경우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해산 및 잔여재산 처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상적인 교육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학법인에는 자체 구조개선 이행 계획 제출→ 임원 및 총장 직무정지→ 임시이사 선임→ 학생모집 중지→ 학교재산 매각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게 된다.
사립대 간 통합 추진 시에는 정원 감축 및 교육여건 개선을 전제로 교원확보율 준수 유예기간을 주고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의무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같은 법인의 대학과 전문대를 합쳐 4년제 대학으로 개편하면 전문대 입학 정원의 60% 이상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각종 기준을 낮춰 적용한다.
이밖에 사립대 재산의 효율적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 재산은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수익용 재산 운영의 허가사항을 신고사항으로 대체하며, 학교기업 등을 설치할 경우 용지 및 용도 제한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 Q&A
대학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 시행되면 대학간 통합이 가시화하고 퇴출 대학이 실제로 나타나는 등 대학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구조개혁 방안의 궁금한 내용을 알아본다.
―사립대 퇴출절차는.
"사립대 구조개혁위원회가 차입금 의존율, 등록률, 등록금 환원율, 졸업률, 교지 및 교사 확보율 등 다양한 지표로 사립대학을 판단, 평가한 후 부실 여부를 결정한다. 부실 정도에 따라 주의나 경고, 보유 자산의 처분 또는 정원 감축, 학과폐지 등의 시정조치를 내린다."
―부실한 사립대에 설치될 집중자문팀은.
"위기 수준 대학에 대한 자발적인 구조개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교수 변호사 회계사 동문대표 등으로 구성되며 학교 위기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대학의 거취 등에 대해 법률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행정적인 절차 등을 지원한다."
―국립대 통합 과정에서 교직원들이 신분상 불안을 느끼거나 재정 감소 등 문제점도 적지 않을텐데.
"통합 목적은 경쟁력 향상이다. 따라서 교수와 직원의 수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오히려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이 가능하도록 교수를 증원할 예정이다."
―국립대에 회계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현행 이원화 한 회계구조는 체계적인 회계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회계 연도와 학기 불일치, 자체 수입의 직접 사용 불가 등 문제점이 많다. 회계제도를 도입하면 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신축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
―대학정보공시제 시행 근거는.
"올해 하반기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허위공시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신뢰성을 높일 것이다."
―대학원 평가 시스템 구축 방안은.
"2005년에 학문 분야별, 대학원 유형별로 제도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 2006년부터 평가를 실시한다. 대학정보 공시제 도입 때 대학원 평가결과도 포함한다."
―고등교육평가원은 어떤 역할을 하나.
"대학의 자체 평가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미국의 고등교육평가인정위원회(CHEA) 등 주요 국가에 설치된 기구처럼 대학평가를 총괄·조정하고 대학평가지표 및 기준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평가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관리 등의 역할을 할 것이다."
김진각기자
■ 대학들 반응
"취지는 공감하나 각 대학 사정을 외면한 일률적 방안이다."
31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학구조 개혁 방안에 대해 전국의 대학들은 입학정원 감소에 따른 재정 악화를 가장 염려했다. 신입생 충원과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사립대는 물론 여유가 있는 서울의 명문 사립대도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홍준표 기획실장은 "사립대에도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없으면 좋은 제도도 유명무실하다"며 "각 대학이 경쟁력 있는 부분을 특성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같은 선상에 놓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김준영 기획처장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큰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안에 따른 정원 감축은 모든 사립대에 단기적인 재정충격을 가하므로 국립, 사립 막론하고 하나의 잣대로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관선이사가 파견 중인 한성대의 정영만 기획예산팀장은 "재단이 튼튼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상태"라면서 "사립대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들은 입학정원 감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원전문대와 통합을 추진 중인 경원대의 문상식 홍보실장은 "이번 안에 따르면 통합 후 총 정원의 60%를 감축해야 하는데 수용 불가능한 범위"라며 "자체적으로 20% 정도 줄이는 안을 세웠는데 현장에서 교원 확보 등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시차적으로 만들어줘야지 언제까지 하라고 밀어부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남대의 한 관계자도 "지금은 별 문제가 없지만 교육부 안에 따라 학생을 줄일 경우 다른 곳에서 그만큼 수입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곤란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안으로 우수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온 지방 사립대의 구조조정은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춘천 한림대의 전상인 대외협력처장은 "수학능력이 없는 신입생들이 늘어난 지금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질적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부산 경성대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한 사립대는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경상경비를 줄이는 등 긴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비대한 국립대학은 거의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데 비해 사립대에게 너무 가혹한 안"이라고 반발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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