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사태를 보고 있자면 참 볼썽사납다. 금융 당국은 일개 금융회사를 향해 연일 '폭로전'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 피감 회사인 국민은행도 마치 '독립 투사' 나 되는 양 역공에 나서며 여론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도대체 법과 원칙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아심이 들 정도다.금융감독원의 처신부터 보자. 대외비인 내부 양정(量定) 기준까지 들춰 보이며 김정태 국민은행장 연임 불가를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이나, 검사 과정에서 확보한 국민은행의 내부 문건까지 공개한 것은 감독당국이 취할 처신이 아니다. 내보이지 말았어야 할 것까지 내보이면서 조치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나선 것이 오히려 의혹을 부풀렸을 뿐이다.
국민은행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적으로는 회계 처리의 정당성에 대해 시각이 엇갈릴 수 있다 쳐도, 도덕적인 책임까지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면서도 절세 등을 목적으로 회계 처리를 강행한 것은 국민은행 스스로 인정하는 바다. 이런 처지에 리딩뱅크의 수장을 자처해온 김 행장이 "대통령도 선의의 판단에 의한 오류는 면책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대통령까지 들먹이고 나선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심판(금융 당국)의 판정은 언제나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경기 도중 선수(금융 회사)가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 대들거나, 심판이 미리 결과를 들먹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심판은 판정으로서 말하면 될 뿐이고, 선수는 불만이 있다면 경기가 끝난 후 정식 절차를 밟아 이의를 제기해야 마땅하다.
지금 금융감독원과 국민은행의 이전투구는 꼭 경기장에서 심판과 선수가 서로 뒤엉켜 싸우는 모양새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