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체성 논란에 이은 2라운드로 '386 정체성' 논란이 점화될 조짐이다. 여권을 향해 '좌파 성향'이라며 공세를 펴 온 한나라당이 '386 세력'으로 공세의 초점을 모으자 열린우리당의 386 의원들은 "또 마녀사냥식 색깔론이냐"며 반발하고 있다.최근 한나라당은 대여 공세의 주요 표적을 '386 세력'으로 잡은 듯한 분위기다.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박세일 의원이 당 연찬회에서 '386 반체제 운동론'으로 불을 지핀 데 이어 3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386에 대한 공세가 이어졌다.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은 "80년대 이후 사회운동은 사회주의 운동이고, 그 중 주체 사상파의 움직임이 가장 거셌다"고 지적했다. "80년 이후의 운동은 단순한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반민주 반시장 세력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박 의원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좌파세력의 확산을 보여주는 식의 국정운영으로는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다"며 정체성 문제를 경제 침체와 연관 지었다. 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 드라이브나 경제정책 방향이 좌파성향을 띄고 있고, 그 뒤에는 386세력의 반체제적 이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80년대 이전과 이후를 구분짓고 있다. 이전의 운동은 '순수 민주화 운동'인데 반해 386의 운동은 반체제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 386의원들은 "정책 대결에 자신이 없다 보니 또다시 근거 없는 유령을 내세워 색깔론을 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영식 의원은 "386이 경제정책에 관여하지도 않을 뿐더러, 현 경제 위기가 구조적 문제들이 누적돼온 결과인데 386에게 덮어씌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특히 개혁적 보수를 자처하는 박세일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선 데 대해 "충격", "실망"이라는 반응이다. 우상호 의원은 "386들이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데 많은 고생을 했다고 강연하셨던 분이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데 대해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386 공세를 선거의 승부처인 40대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 의원은 "이전 민주화 운동세력은 띄워주고, 이후 세대는 폄하하면서 우리당 지지자를 세대별로 분리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신보수라는 사람이 고작 생각해낸 게 이 정도라면 앞으로 더욱 기대할 게 없다"고 비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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