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도이전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한나라당은 당초 우리당에 공동토론회를 제의했으나 거부당하자 단독으로 토론회를 열었다.한나라당은 교수 등 8명의 토론자를 초청, 수도이전의 찬반 주장을 균형 있게 듣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인사말을 통해 정부를 거세게 비난해 속내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당은 백년대계차원에서 신중하고 진지하게 수도이전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그러나 국회특위를 통한 초당적 논의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비난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이 민심을 거역하며 사실상 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가세했다. 토론회에는 30여명의 의원 외에 수도이전반대 강경파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나와 의원들과 인사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진영환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2012년경이면 수도권 인구는 과반을 넘어 한층 과밀해지고 지방의 활력은 더욱 저하될 것"이라며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은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지역균형개발사업"이라고 찬성론을 폈다.
반면 한현규 경기개발원장은 "수도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나 국가경쟁력 향상 모두에 역효과"라며 "이전공약 자체가 충청권 득표를 위한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으며 한나라당도 충청권을 의식해 선뜻 반대를 못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한편 한나라당이 가장 관심을 쏟는 수도이전 대안으로는 공기업과 주요대학의 지방이전과 지방 명문대 육성, 지방거점도시 조성을 통한 다핵지역특화개발, 지방행정체제 및 구역의 개편. 축소된 행정수도이전 등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이날 토론회를 거쳐 내달 중 최종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내 독자적인 반대움직임은 이미 구체화했다. 이재오·김문수 의원 등은 독자적으로 수도이전반대서명운동을 벌여 소속의원 121명 중 91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이들은 1일 국회에서 '수도이전반대 국회의원·지방의원 연석회의'를, 9일에는 시민단체 등과 '수도이전반대국민운동본부'를 띄우는 세부일정까지 확정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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