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스타를 필요로 한다. 시청자들이 보기를 원하는 스타, 혹은 영웅을 필요로 한다. 그런 스타를 찾아내 출연 섭외를 하기도 하고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한다.유명한 운동선수는 이미 만들어진 스타이다. 프로야구나 월드컵에서 이미 경험했듯, 유명한 운동선수의 운동장 밖 생활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열망은 연예인들에 대한 감정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운동선수였던 몇몇은 기존의 명성에 타고난 입담과 본인의 노력을 보태 명실상부한 연예인으로 성공하기도 했다.
운동선수나 국회의원 당선자, 천재 소년 등은 모두 TV가 탐내는 스타이다. 그러나 스타와 연예인은 분명 다르다. 배우가 어느 날 갑자기 야구선수가 될 수 없듯이, 모든 운동선수가 개그맨이 될 수는 없다. 필요해서 스타의 출연을 섭외하기는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 연예인같은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TV는 스타에게 연예인이 되기를 바란다. 출연하면 어김없이 ‘개인기’를 요구 받고, 출연자는 어설픈 성대모사를 하거나 어색한 춤을 춘다. 진행자와 관객들은 깔깔거리고,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 역시 제작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즐거워할지도 모른다. 시청률도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안이하게 이루어지는 이런 제작관행은 가치 있는 스타들을 일회성 소모품으로 만들기 일쑤이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고 선수단이 모두 귀국했다.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새로운 영웅들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모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스타의 연예인화를 반복할 것이다.
이미 이같은 일은 시작되었다. 선수단 1진이 귀국한 직후, 메달리스트와 가족들을 불러모은 방송사는 소감과 심경을 묻는 뻔한 질문 끝에 여지없이‘개인기’를 부탁하였다. 이같은 관행이 선수들을 위해, 또 시청자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일이었다고 믿는 제작진은 없기를 바란다.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제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시청자들은 스타를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새로운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같은 욕구들은 재담이나 성대모사로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성취 뒤에 있는 고민과 고통, 메달 뒤에 있는 국가관이나 스포츠관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체육행정가나 지도자들, 꿈나무 운동선수들, 그리고 냄비처럼 환호와 질책을 쏟아냈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생생한 목소리를 끌어낼 수는 없을까? 운동선수들을 연예인이 아닌 전문가로 비추는 특집 프로들을 기대한다.
윤태진/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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