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총학생회장이 조폭이라니요.”상대편 조직의 부두목을 잔인하게 칼부림한 사건의 주동자로 임모(32)씨가 수사기관에 검거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지방소재 모 국립대(2년제) 관계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임씨가 바로 이 학교의 총학생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이 대학 목재공업과에 만학도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뒤 어린 동기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상위권(4.5점 만점에 3.98점)에 들 정도로 학업에 열중하고, 지난해 9월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는 등 그가 어두운 조폭 세계의 일원이었음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실마리는 아무 것도 없었다.
실제로 불우이웃돕기, 희귀병 학생돕기, 북한 용천동포돕기 등 학내 활동에도 열심이었던 그는 총학생회장 활동을 하면서도 학원 내 이슈와 관련해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 왔다고 한다. 11월에는 8년간 사귀어온 부인과의 사이에 딸까지 낳았다.
그러나 임씨의 새로운 삶은 여기까지였다. 조직폭력전담 검경 합동수사부가 31일 발표한 배차장파 조직원 표의 가장 위, 행동대장란에는 임씨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2000년 청송교도소 수감 중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출소 후에는 대학까지 들어갔으나 고교 1학년 때부터 가입해 전과 6범이 되기까지 몸 담아온 배차장파 조직과의 인연을 놓지 못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친구였던 배차장파 조직원 천모씨가 정읍파 조직원에게 칼로 찔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후배들을 규합해 새벽 운동에 나서는 정읍파 부두목 홍모(36)씨를 피습한 혐의(살인미수)로 합수부의 추적을 받았다. 3월 결혼을 앞두고 도망자 신세가 된 그는 동료 ‘어깨’들의 호위 속에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인 4월 검찰에 자진 출두,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조직 폭력배에서 대학생으로, 그리고 다시 조폭 간 칼부림 사건에 연루돼 교도소로 가기까지 한편의 드라마 같은 그의 인생 행로는 한번 발을 들여놓은 조폭 세계를 떠나 손을 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고 수사기관 관계자는 전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대만 조폭과 교류 장안파 35명 검거
조직폭력전담 서울지역 검경 합동수사부는 31일 서울 장안동을 거점으로 주변 업소에서 금품을 뜯어내고 이권에 개입한 서울 동부지역 최대 조직인 장안파 두목 박모(43)씨 등 2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범죄단체 구성ㆍ활동)로 구속기소하고 행동대장 이모(40)씨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장안파가 대만의 3대 폭력 조직 중 하나인 주리엔빵(竹聯幇ㆍ죽련방)과 1997년부터 정기적으로 교류하면서 단합대회 등 행사를 가졌던 점에 주목, 교류목적 및 추가범죄 여부를 수사중이다.
합수부에 따르면 장안파는 90년대 중반 이후 장안동 일대 유흥가를 장악한 뒤 2001년부터 최근까지 유흥주점, 퇴폐이발소, 나이트클럽 등에 조직원을 영업부장으로 취직시키는 방식으로 업소마다 200만~300만원씩 매월 5,000만원 정도를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해왔다. 이들은 또 2001년 6월 강남의 모 특급호텔 내 유흥주점 업주를 협박하고보호비 명목으로 1,200만원을 뜯어내고, 같은 해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 조직원을 동원해 고철 수집권을 빼앗는 등 각종 이권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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