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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다매로 고속철 "손님끌기"/새마을호 수준으로 요금인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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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다매로 고속철 "손님끌기"/새마을호 수준으로 요금인하 추진

입력
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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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이 한국고속철도(KTX)의 이용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요금체계 수술에 나섰다. 손님을 끌기 위해 KTX 일반실의 운임을 새마을호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요금체계 개편의 큰 방향이다. 그러나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는 화려한 수식어 속에 상업운행이 시작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핵심적인 가격정책을 바꿈에 따라 빗나간 수요예측과 주먹구구식 철도운영체계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KTX 개통 5개월 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개통 전 철도청이 예상한 1일 평균 승객은 15만명, 수입은 45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평균 7만명의 승객을 태워 22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서비스개선과 홍보강화 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될 것이라던 이용률(좌석수 대비 이용 승객수) 역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KTX 경부선과 호남선의 평균 이용률은 개통 첫 달인 4월 61%에서 5월엔 65%로 소폭 상승했다가 6월 들어 57%로 급락한 뒤 성수기인 7월에도 61%에 불과했다.

저조한 이용률 탓에 '꿈의 열차'인 KTX는 부실만 키우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철도청에 따르면 현재의 이용률을 감안한 KTX의 올해(4∼12월) 예상수입은 6,800억원으로 당초 목표액 1조2,711억원의 절반(54%)에 그칠 전망이다. 이 경우 올해에만 KTX 운영부문에서 5,700억원의 수입 결손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2009년 단년(單年)흑자, 2015년 누년(累年)흑자, 2031년 부채상환 완료 등 흑자 전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철도청은 공사 전환 첫해인 내년부터 심각한 경영부실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KTX 적자가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공사 출범과 동시에 고속철도 운영부채 4조9,000억원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통 당시부터 문제로 지적된 역방향 좌석을 다시 순방향으로 개조하는 데도 1,200억원 이상을 추가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도청이 요금체계 개편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게 된 것도 이런 복잡한 배경 때문이다. 철도청은 일단 KTX 일반실의 기준운임을 현행 새마을호 수준으로 인하해 '손님 끌기'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인 요금개편 일정과 인하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탑승객 1,000만명 돌파 기념으로 실시 중인 30% 할인행사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정기권 할인이나 카드할인 혜택까지 감안하면 KTX와 일반열차 간 가격 역전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KTX 일반실 운임체계를 대중열차 개념으로 하향조정할 경우 KTX는 장거리 위주,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는 단거리 위주로 고객층이 분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속철문제검토시민모임 대표인 한신대 배준호 교수는 "KTX 일반실의 경우 좌석수를 늘리고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운임을 내려 고객을 더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다만 이로 인해 서민들이 이용하는 일반열차 운행이 급감하거나 단시일 내에 폐지되는 일이 없도록 철도운영 전반에 대한 마스터플랜 아래 요금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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