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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중국 패권주의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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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중국 패권주의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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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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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년 역사에서 우리가 중국에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시기는 최근 20년정도일 것이다. 광활한 만주 벌판에 광개토대왕 군대의 말발굽 소리가 우렁찼던 5세기 초에도 중국에 대한 우리 민족의 자신감이 최근 만큼은 못했을 것 같다.그 자신감이 실질적 근거에서 비롯됐든 잠시의 착각에 의한 것이든 간에 우리는 요 얼마 동안 중국을 한 수 접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는 수천 년을 거치면서 우리 민족의 유전자에도 각인됐을 법한 중국에 대한 피해의식과 경계심을 일깨우고 있다.

실은 중국의 무서운 경제성장이 벌써부터 우리에게 두려움과 불안을 드리우고 있었고 고구려사 문제는 그것을 더욱 실감나게 했을 뿐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과 금메달 경쟁 선두를 다툴 만큼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약진을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몇 십년 간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사회주의 혁명의 소용돌이를 통과해온 중국에 앞서 고도성장을 했고 특히 IT분야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점을 가졌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몇몇 분야에서는 안시성 싸움 만큼이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이미 함락된 성도 상당수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사력 팽창을 에너지로 한 중국 패권주의의 파도가 한반도 연안에 도도하게 밀려오고 있다. 그 파도는 중국 주변국들의 차원을 넘어서 전 세계로 밀려가는 파도이지만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직접적 영향권에 놓인 우리로서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서 분노의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중국의 거대한 팽창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미약하다. 오히려 고구려의 영광을 얘기하며 만주 고토의 회복이나 간도 땅 문제 등 민감한 주장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이들이 있다.

55개의 소수민족을 끌어안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소수민족 문제가 불균형 성장에 따른 도농간 지역간 빈부격차 문제 못지않게 골칫거리이다. 이 약점을 건드리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중국이 통일 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확인된다. 중국이 동북지방의 200만 명에 달하는 조선족이 통일한국과 연계돼 변경을 불안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외신보도도 있었다.

북한 김정일 체제가 무너졌을 때 사실상 중국의 지배를 받는 친중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판이다.

중국이 통일 후의 한반도에 대해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면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고 중국의 지지와 협조가 없다면 통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힘들다.

600년의 스웨덴 지배에 이어 300년 가까이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핀란드는 강대국 패권주의의 틈바구니에서 영토와 독립을 지켜낸 좋은 사례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 두 차례나 소련과 전쟁을 벌였던 핀란드는 소련과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는 등 주변국과의 평화외교에 성공한 뒤 IT강국으로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북으로는 중국의 패권주의, 남으로는 보통국가를 앞세운 일본의 재무장, 한미동맹의 위기 등 우리의 대외 상황은 핀란드의 경우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는 대결과 비난, 책임추궁만 있을 뿐 국가의 비전을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계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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