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인 고영희씨 사망설이 제기되면서 김 위원장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관계당국과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북한에서 권력투쟁이 발생하거나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30일 "(김 위원장의 둘째아들) 정철씨가 지난 4월 당 조직지도부 요직에 취임했고 이는 후계자가 정철씨로 거의 굳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후계구도를 둘러싼 설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온다.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김일성 주석-김 위원장에 이어 김 위원장 아들 중 한 명으로의 3대째 권력세습이 이뤄질 가능성이다.
김 위원장은 2002년 사망한 성혜림씨와 사이에 정남(33), 고씨와 사이에 정철(23) 정운(21)씨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정남씨는 지난 2001년 5월 일본에 위조여권을 갖고 입국하려다 적발되고 이후 해외를 떠돌면서 김 위원장의 신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 정운 형제 중 한 명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은 올해 초 북한 군부가 고씨에 대한 우상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가시화했다. 북한 소식통들은 정철씨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두 형제의 사회경험이 일천하고 아들로 권력이 이어지는 봉건적 권력세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곱지 않다는 게 여전히 걸림돌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경우 10년 이상의 조직경험과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후계자가 됐는데 세 아들은 현재 그런 징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 북한 군부나 테크노크라트가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김 위원장은 후계구도 결정시 자신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과 경제·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데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것은 군부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도 "북한 사회의 최후 보루인 군이 집단적으로 김 위원장 이후 북한을 끌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