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미래학자 중에 앨빈 토플러 박사가 있다. 그는 2001년 6월 7일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고 하는 12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드렸다.토플러 박사의 지적은 특히 “한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제3의 물결에 있어서 이제 한국이 좇아야 할 검증된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미래의 번영을 위해 한국 실정에 맞는 전략적 모형을 구상해야 한다” 고 강조하였다.
그때 우리나라 경제는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부산을 가나 천안을 가나 광주를 가나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출퇴근길 교통 체증은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모습은 어느덧 선진국형에 들어섰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을 정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환경 문제, 저출산율 문제, 교통 체증 문제, 더 나아가서는 고령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일들이 시시각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1960~70년대 경제 개발에 몰두하면서 소외시켰던 문제들이 어느날 한꺼번에 우리 사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농약이나 호르몬제에 찌들지 않은 먹을 거리를 찾기가 어렵다. 대기오염은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천식과 같은 질병을 직접적으로 유발할 정도로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하면서 경제를 키우고 좀더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앨빈 토플러 박사의 보고서는 현 시점에서 한국이 모방해야 할 검증된 모델이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하며, 서둘러서 각자 소속된 업무에서 새로운 모형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모래밭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니라 반석 위에 멋진 한국형 기와집을 짓는 것이 되어야 한다. 폭풍이 치는 망망대해에서 등대가 없다고 생각하면 사생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토플러 박사는 망망대해에 놓인 거북선 같다고 경고한 것이다.
일본의 침략을 막는 데 선봉이었던 거북선이 먼 미래의 항구를 향하여 순항하도록 우리 모두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드는 데 촌각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나라를 물려주는 길이다.
박돈희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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