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친부모님 꼭 공연장을 찾아 주세요! 세상에 있을지 모르는언니와 동생도 만나고 싶어요.”남의 집 대문 앞에 버려진 뒤 미국에 입양돼 세계적 명문 줄리아드 음대생으로 성장한 한국계 입양아가 고향인 부산에 이어 1일 오후8시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친부모 찾기 음악회를 펼친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비올라 연주자 홍유진(22ㆍ캐롤라인 존스턴)씨.
그는 유학생 친구인 박정아(19ㆍ피아노), 노마리(22ㆍ바이올린), 옥지수(22ㆍ첼로)씨와 함께 ‘엄마찾기 피아노 4중주단’을 구성, 눈물섞인 사모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곡목은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 바흐의 ‘샤콘느’, 프랑크의 ‘첼로 소나타’등등. 지난 12일 입국한 홍씨는 “생모를 결코 원망하지 않는다. 한국 땅 어딘가 살고 있을 친엄마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졌다.
가슴아픈 이별의 전말은 1983년 2월26일 새벽 6시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2동. 당시 이모(여)씨의 집 앞 계단에서 생후 1개월쯤 된 아기가 강보에 싸여 울고 있었다. 이씨의 신고로 동래경찰서는 갓난아기를 부산시 금정구 노포동에 있는 남광사회복지관으로 보냈고 6개월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인 변호사 가정에 입양됐다. 홍유진이라는 이름은 남광사회복지관에서 지어줬다고 한다.
미국 보스턴 근교로 입양된 후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홍씨는 15살때 비올라로 전공을 바꿔 줄리아드음대에 합격, 줄리어드 오케스트라 및 심포니의 수석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2000년과 2001년 피시오브챔버뮤직 콩쿠르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는 등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홍씨의 뿌리찾기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과 혈육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은 버릴 수 없었다. 뉴욕 콜럼비아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기도했다. “4년전에는 저를 경찰에 신고한 아주머니도 찾아내 만났어요. 교회에서 새벽기도 하고 돌아오다 저를 발견했다고 들었어요. 아마 생모는 온천2동의 가난한 산동네에 살았을 것 같아요.”
16일 부산 남광종합사회복지관 마당에서 조촐한 연주회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개학을 앞둔 홍씨와 친구들은 연주 다음날인 2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마음이 급하다. 또 한번 버려진다는 느낌 때문이다. 홍씨의 친구들은 “캐롤라인이 연주회 끝나기 전에 제발 연락을 받았으면 좋겠다. 혹시 사정이 어려워 만나지 못하더라도 연주를 통해 캐롤라인의 간절한 소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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