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의 이란 담당 정보분석관 래리 프랭클린이 친 이스라엘 로비단체에 기밀 사항을 넘긴 간첩 사건의 여파로 유태계와 아시아계 등 비유럽계 미국인의 ‘이중 충성(dual loyalty)’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일간 하아레츠와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사건이 처음 폭로된 27일 즉시 “유태계 미국인을 중상 모략하는 이중 충성의 망령이 돌아온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유태인에 쓰라린 일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85년 조나단 폴라드 간첩 사건은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면 됐지만, 이번은 6만5,000여명의 유태계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 조직인 이스라엘홍보위원회(AIPAC)가 연루된 만큼 미국보다 이스라엘의 이익을 앞세운다는 이중 충성 비난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것. 미국의 한 저명한 유태인은 “그나마 프랭클린이 유태계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뉴욕 도서리뷰지의 탐 파워스는 “유태계가 미국보다 이스라엘의 이익을 앞세운다는 비난을 의식, 해명을 늘어놓는다”고 지적하며 “차라리 툭 터놓고 내 마음 속에는 이스라엘의 운명에 대한 생각이 있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유럽계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는 당당하게 이중 충성을 하지만 누구도 이를 ‘반(反) 미국적’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중 충성의 ‘이중 잣대’문제는 미국 내에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유태계보단 아시아계에게 더 심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군사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옥고를 치른 로버트 김 사건이나중국에 첨단 부품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체포된 중국계 가오준 사건은 미국 정부나 재계에 진출한 아시아계 인사가 ‘잠재적 간첩’으로 대접 받은 예로 볼 수 있다.
보스턴글로브지의 칼럼리스트 H. 그린웨이는“모국 정체성을 가진 미국인들은 범죄 혐의자도 아니고 그렇게 간주 되서도 안 된다”며 “이중 충성은 미국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연스런 현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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